[리뷰] 죽음부터 시작되는 '사라진 밤', 시간·공간 한계 넘다
2018-03-08 07:00
영화 ‘사라진 밤’은 단편 ‘소굴’로 제10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창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스페인영화인 ‘더 바디’를 원작으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극적 서스펜스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감독은 원작의 큰 줄기를 차용하되 이야기들을 해체, 캐릭터 중심의 서사로 각색해냈다. 아내의 시체가 사라진 뒤,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과 그의 행방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몰입과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특히 극 중 인물들의 성격을 한국식으로 재구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각 인물의 서사를 강화시키고 개연성을 더했으며 이들의 내적 갈등을 통해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완성해냈다.
한정적 시간,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스릴러의 구성 또한 흥미롭다. 하룻밤 동안 시체보관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들의 심리 싸움은 숨 막히는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자랑한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 간의 팽팽한 대립,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인상 깊다. 김강우는 박진한 역을 통해 극에 몰린 인물과 예민한 감정선, 무너지는 심리 등을 날카롭게 그려냈다. 또한 베테랑 형사 우중식 역을 맡은 김상경은 노련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으며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김희애 역시 마찬가지. 윤설희 역으로 새로운 면면을 드러낸 김희애는 맥거핀(macguffin, 영화적 속임수)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러닝타임은 101분, 관람 등급은 15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