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통신] 새 시즌을 앞둔 옌볜 축구팀, 엇갈린 행보
2018-02-23 11:00
희망찬 옌볜베이궈 vs 우울한 옌볜푸더
지난 시즌, 옌볜(延邊) 축구는 일희일비(一喜一悲)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옌볜푸더(富德)는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창단한 지 1년밖에 안 된 옌볜베이궈(北國)는 아마추어리그에서 프로리그인 3부리그로 승격했다. 이로써 옌볜은 창건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2개의 축구프로팀을 소유하게 됐다.
각각 옌지(延吉)와 훈춘(珲春)을 홈구장으로 정한 옌볜푸더와 옌볜베이궈, 두 팀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2018년 새 시즌을 앞둔 두 팀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옌볜베이궈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영입, 엠블럼 수정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옌볜푸더는 주요 선수 이적 등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
지난 2016년 12월에 설립된 옌볜베이궈 구단은 현지 정부의 개입 없이 순수 민간자본으로 운영된다. 옌볜 출신의 기업인 김학건은 부(富)의 축적에 성공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축구구단을 창단했다.
지난 1월 24일에는 한국인 왕선재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고, 옌볜푸더의 선수 3명 등 선수영입에도 열을 올렸다. 왕선재 감독은 2015년 10월부터 옌볜 청소년축구 총괄 감독을 역임하며 유소년 축구팀과 감독 양성에 힘썼다.
옌볜베이궈는 올해 목표를 3부리그 4강으로 세웠고, 3~5년 사이에 2부리그인 ‘갑급(甲級)리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옌볜베이궈와 마찬가지로 한국인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옌볜푸더의 행보는 (옌볜베이궈와) 사뭇 다르다. 내달 1일 종료되는 1차 겨울철 선수 이적 시장에서 옌볜푸더는 선수 유입보다 유출의 타격이 크다.
선수 유입에는 중국 국내 선수 왕멍(王猛)과 헝가리 출신 용병 구즈믹스와의 재계약이 유일하다.
그에 반해 옌볜베이궈로 이적하는 윤광, 김현, 허파 등 3명을 포함 일명 ‘거미손’으로 불리는 수문장 지문일, 전술의 주축인 지충국(미드필더), 감비아 용병 스티브(본명 부바카르 트롤리) 등 총 10명이 옌볜푸더를 떠난다. 스티브는 옌볜푸더와 계약 분쟁 중이긴 하나 이적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이적을 결정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팀의 간판스타로, 옌볜푸더는 모든 밑천을 탈탈 털린 셈이다.
특히 뛰어난 기량을 뽐내며 여러 구단의 주목을 받았던 지충국과 지문일은 베이징궈안(北京國安)으로 같이 이적했다.
베이징궈안은 두 선수 영입으로 원래 있던 박성, 김태연까지 총 4명의 옌볜 출신 조선족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베이징궈안을 ‘베이징 옌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식 발표된 적은 없지만 지충국 선수의 이적료가 천문학적 수준인 1억 위안(약 170억1100만 원), 지문일 선수의 이적료는 6000만 위안에 달하는 것은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다.
옌볜푸더의 가장 큰 문제는 시즌 개막(3월 10일)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현재 스폰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두 시즌 팀의 투자자였던 푸더그룹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자금지원을 전부 중단한 상태며 제2의 투자자가 입주하기에는 서류·절차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구단의 분석이다. 어찌 됐건 옌볜푸더의 올해 자금지원은 끊기게 됐다.
지난해 팀은 주장이었던 최민 선수의 이적료 8600만 위안과 중국슈퍼리그 이익배당금(순위 배당금+TV 중계권 배당금) 6568만 위안으로 1년간 구단의 운영했다. 올해 역시 이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이 크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감독·코치진이 거의 구성됐다는 것이다. 박태하 감독을 중심으로 기존의 김성수 키퍼코치, 독일적 토마스 체력코치 이외 한국인 조종화가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조종화 신임 수석코치는 박태하 감독과 포항스틸러스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인연으로 선뜻 요청에 응했다.
옌볜푸더는 2군에서 기술과 체력이 월등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기도 했다.
현재 옌볜푸더팀은 구이저우(貴州), 스페인 등 두 차례 전지훈련을 거쳐 제주도에서 3차 전지훈련에서 땀을 쏟고 있다.
축구는 옌볜인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다. 옌볜은 축구에서 두꺼운 팬층과 역사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팬들과 지역사회는 탄탄한 감독진이 세대교체의 아픔을 겪고 있는 옌볜푸더에 열반의 기적을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거대한 중국에서 옌볜이라는 작은 변경 소수민족 지역에 두 개 프로구단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두 프로구단이 선의의 경쟁 구도를 이루면서 힘든 옌볜 축구 시장에 활력을 가져오고 나아가 최고 1부리그에서의 옌볜 더비매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