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에 몰린 '박태하호'… 옌볜 FC 기사회생 가능할까
2017-06-30 16:41
아주경제 최미란 옌볜(중국) 통신원 = 지난 24일, 옌지 홈장에서 있는 중국 슈퍼리그 제14라운드에서 옌볜 FC는 상하이팀에 2대 0으로 완패해 4연패의 쓴맛을 보게 됐다. 전체 30라운드의 경기에서 전반기 마지막 게임을 남겨놓고 있는 현재, 7점으로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슈퍼리그 잔류로 가는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옌볜팀은 구단 스폰서 중단·국내 선수 부상과 부진·외국인 선수 영입 등 문제로 전에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옌볜 FC 구단 책임자는 최근 팀 대주주였던 선전푸더그룹(深圳富德集團)이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가정책의 불가항력의 사유'로 자금주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해석이다.
사실 올해 들어 옌볜팀은 푸더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한 실정이다. 올해 초 선전팀에 이적한 원 옌볜팀 주장 최민의 이적료 8500만 위안으로 현재까지 운영을 지탱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고, 성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결국 옌볜팀은 시즌 중반에 새 스폰서를 물색하고 있다. 여러 기업과 담판 중이기는 하나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후 2015년 말 선전푸더그룹은 옌볜 FC와 계약을 달성해 구단의 70% 주식을 소유하며 해마다 2억 위안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계약 진행 중 푸더의 갑작스러운 투자 철거로 자금줄이 당장 끊기게 된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2년간 박태하 감독과 손잡고 멋진 호흡을 이루었던 박성웅 코치는 5월 중순 건강악화로 자리를 떠났다. 팀의 든든한 뒷심이자 선수와 팬들의 깊은 신뢰를 받았던 박성웅 코치의 부재로 팀 내 사기는 또 다시 저하됐다.
외국인 용병 문제도 적지 않다. 2년 만에 영입에 성사한 헝가리 대표팀 구즈믹스 선수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치는가 하면, 김승대 선수도 포항에 임대한다는 소문이 솔솔 들려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 가장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윤빛가람 선수도 병역문제 때문에 지난번 제14라운드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 친정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그나마 감비아 용병 스티브 선수가 2년째 옌볜팀과 함께 하며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27일 팀의 훈련에 낯선 얼굴이 등장했다. 뱅거라는 이름의 카메룬 선수는 올해 24세로 카메룬 국가올림픽팀의 현역 선수다. 현재 카메룬 국내 리그전에서 8라운드 경과 어시스트 4개와 골 5개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뱅거 선수 외에 또 두명의 남미 선수가 옌볜팀의 테스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외적 선수의 영입으로 침체된 옌볜팀에 새로운 희망을 불러올지 기대된다.
이 상황에서 가장 난감한 건 바로 박 감독이다. 구단 책임자와 선수들은 여전히 박 감독을 지지하고 있지만, 팀의 성적 부진이 감독의 전술 및 능력과 연관된다는 외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중국의 축구시장은 재력계 큰 손들이 벌이는 머니게임의 무대로 전락했다. 연초 FIFA가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국제 이적 시장에 4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계 각 나라 중 5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167% 증가해 세계 최고 증가율을 자랑했다. 머니파워 앞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잭슨 마르티네즈, 사흐타르의 알렉스 테세이라, 하미레스, 제르비뉴, 구아린 등 수많은 거물급 선수들이 중국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토 출신 조선족 선수들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적 지원마저 부족한 옌볜팀은 위태롭기만 하다. 하지만 옌볜에서 나아가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축구는 그들의 자존심이며 신앙이다.
이 때문에 10여년 전 팀을 이끌고 없는 살림에 1부리그 5위까지 이룬 옌볜신화를 쓴 고 최은택 교수는 지금도 여전히 옌볜 축구의 대부로 불리고 있다.
축구경기에 비유하자면 이제 전반전이 끝난 시점이다.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다. 가능성은 있고 기회는 많다. 기로의 박 감독이 각종 압박을 이겨내고 옌볜팀을 낭떠러지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