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논란] ② 진화 거듭하는 (주)영풍 석포제련소

2018-02-12 13:02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소재한 (주)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사진=채명석 기자]


“냄새는 많이 나지 않던가요?”

지난 1일 찾아간 경상북도 봉화군 (주)영풍 석포제련소 사무실에서 만난 제련소 한 관계자는 첫 인사를 건내며 이렇게 물었다.

순간 의아했다. 생각해 보니 제련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계속 피워오르고 있는 모습을 봤고, 정문을 들어서자 공장이 가동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작 냄새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날 현장 취재는 소수의 (주)영풍 고위 임원들만 알고 있었고, 제련소 직원들은 전혀 전달하지 않은, 말 그대로 평소의 모습이었다. 혹시라도 취재 기자가 내려간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청소한 제련소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뒤늦게 안 직원들이 왜 사전에 이야기를 안 해줬느냐며 항의를 할 정도였다.

냄새가 안나니 숨을 쉬는 데에도 크게 문제가 없어 제련소 각 공정을 돌아보는 가운데에서도 분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제철소나 제조업 공장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로나 벽에 날려 떨어진 원료가루 등도 없어 장갑도 끼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적어도 기자의 눈과 귀와 코로 접한 석포제련소는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제련소 관계자는 “지난주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이 석포제련소를 방문했는데 제련소 바닥을 물청소해 먼지가 안 날리고 냄새도 안 나는 것에 너무 놀라워 했다”면서 (주)영풍과 고려아연은 같은 관계사지만 기술과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경쟁의식이 강한데, 그런 위원장도 처음 와 본 석포제련소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보다 깨끗하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가루 먼지 날리지 않는 밀폐형 정광 창고
석포제련소는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세계 4위 아연 제련소다. 연간 36만t의 아연괴와 60만t의 황산, 1500t의 황산동, 2만8000t의 은부산물, 30t의 인듐을 생산하며, 한 해 매출액은 1조원을 넘는, 경북 이북 지역에서 가장 큰 제조업 사업장이다. 이 곳에 근무하는 인원은 협력업체를 포함 총 1600여명으로, 석포면 전체 인구(2200여명)의 72%가 넘으며, 일반 주민들의 상당수도 석포제련소에서 은퇴했거나 석포제련소와 관련된 생업을 영위하고 있으니 사실상 석포면은 제련소 때문에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련소 내에서 아연을 생산하는 과정은 크게 다섯 가지 절차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아연 제련의 원료인 정광을 950도의 불로 태우는 ‘배소 공정’을 통해 황산과 소광(산화아연)으로 분리해 낸다. 다음은 ‘조액 공정’으로 1단계에서 만들어진 소광을 주원료로 1차 용해, 2차 여과 과정을 거쳐 아연액을 만든다. 이어 3단계 ‘전해공정’은 박리설비를 통해 알루미늄판에 붙은 아연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4단계 ‘주조공정’은 전해 공정에서 만들어진 아연 금속판을 전기로에 녹인 후 주조기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맞춤화 생산하는 절차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밀폐형 정광 창고였다. 가루 형태의 정광은 열차와 트럭에 실려 창고에 저장되는데, 트럭이 오가는 입구 바닥과 수입산 별로 분리해 쌓은 창고 바닥은 콘크리트 고유의 색깔이 그대로 보였다. 가루가 날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제련소 관계자는 “각 공정마다 집진기를 설치해 미세먼지나 가루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면서 “또한 창고 입구와 도로 모두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다. 트럭 바퀴에 혹시라도 묻지 않도록 물로 세척한다”고 설명했다.
 

(주)영풍 석포제련소 밀폐형 정광 창고 입구. 정광을 싣고 온 트럭이 오가는 곳이지만 내부에는 공기중에 날리거나 바닥에 떨어진 정광 가루가 없었다.[사진=채명석 기자]


◆“제련소에 쌓인 눈도 외부로 안 버린다”
생산 공정이나 청소를 위해 사용한 물의 처리도 확실해 보였다. 제련소 곳곳에 완벽하게 배수구를 설치한 것은 물론 모터를 외벽을 이중 옹벽으로 만들었고 벽과 벽 사이에 빈틈이 있어 넘쳐난 물도 이 틈으로 빠져 다시 배수구로 들어간다. 초기에는 5mm 호우에 맞춰 설계했는데, 지금은 20mm까지 비가와도 자체 폐수시설로 간다고 한다.

최근에는 3개 공장 주변에 저수구에 해당하는 비트를 만들었는데, 제련소에 최대 얼마나 비가 내릴지를 예측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이곳에 전량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제련소 도로 위에 흐르는 물도 길 중간마다 도랑을 파서 하천, 도로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파이프가 터져도 자체적으로 비상 펌프를 돌려서, 강 건너 중간에서 터져도 제련소로 쓸려 들어오도록 했다. 한마디로 낙동강으로 정화하지 않은 오염수가 유입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제련소 관계자는 “제련소에 눈이 많이 내리는 데 이 눈조차 밖으로 버리지 않는다. 모두 배수구로 옮겨 정화작업을 한 뒤 내보낸다”면서 “미사일 폭격을 맞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려하는 데로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선이 많으니, 늦어도 3년내에 제련소에서 사용하는 물은 아예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영풍 석포제련소 주조공장에서 직원들이 주조기에 담겨 고체로 굳어지고 있는 액체 상태의 아연의 표면을 철판으로 반질하게 다듬고 있다.[사진=채명석 기자]


◆‘나와바리’도 없어요
석포제련소에는 총 3개 공장이 있는데, 배소 공정 시설은 1공장에만 있었다. 아무래도 황산은 처리에 위험하다보니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공정도 되도록 내부를 볼 수 없었는데 이는 장치에 대한 보안 문제와 더불어 혹시라도 모를 오염물질 접촉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에게 공개를 한 과정은 마지막 주조공장이었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쾌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고 먼지가 코로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도 거의 없었다. 오랜 시간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면 역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아연업계에서도 일본어 속어로 ‘나와바리’라는 단어를 쓴다는 데, 이는 직원이 일하고 있는 자리 주변에 떨어진 자그마한 아연 덩어리를 일컫는 말로 직원이 스스로 치워야 하는 것들이란다. 주조공장 내에서도 직원들 주변에는 이러한 나와바리가 없었다. 떨어지는 즉시 치운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주조기에 담겨 고체로 굳어지고 있는 액체 상태의 아연의 표면을 철판으로 반질하게 밀면서 철판에 묻은 이물질들을 거둬내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제품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제련소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이 과정을 거친 제품을 매우 좋아한다. 같은 아연괴라도 기왕이면 표면이 매끄럽고 광이 나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작업 후 석포제현소 제품을 사고 싶다는 요구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하루에 생산되는 아연괴는 약 800~1000t이다. 이들 아연괴는 석포 열차역에서 20피트 길이 컨테이너(TEU)당 20t씩 실려, 국내 수요업체들에게 공급하거나 해외 수출을 위해 부산항으로 향한다.

◆혁신 거듭, 친환경 공정 진화에 역점
아연 제련은 버리는 자원을 줄이고 판매할 수 있는 금속 물질의 양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아연 제련은 비철금속 산업 중에 가장 경제성이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아이레스 교수는 “금속 재활용을 통한 산업의 유기순환을 돕는 분야가 아연 제련”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영풍 제련소는 아연잔재처리기술이라 불리는 ‘TSL(Top Submerged Lance)’ 공정을 덧붙여 아연 잔재들을 최대한 유가 금속으로 뽑아내고 나머지는 환경적으로 무해한 클린 슬래그로 분리한다. 1400도에서 아연 잔재를 태운 다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금, 은, 동 등의 유가금속들을 회수하고 나머지 슬래그는 건자재나 시멘트의 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제련소 관계자는 “아연 시장의 불확실성과 점점 강화되어 가는 환경 규제로 인해 폐기물 배출율을 줄이는 친환경 공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면서 “석포제련소는 외형의 변화는 없지만 최신 기술을 끊임없이 적용해 내부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