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반도체의 봄'… 하이닉스 이어 삼성도 호실적

2024-04-30 18:00
'메모리 흑자전환' 삼성, DS 영업익 6.5조↑
반도체 반등 추세로 한국 수출 우상향
삼성·하이닉스, AI 대응 선제 투자 활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도입이 전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도 시황 개선에 힘입어 연초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능력(CAPA)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71조9156억원, 영업이익 6조60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성장했으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사업이 견인했다. DS부문은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메모리 사업 흑자 전환으로 6조5000억원 늘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에 대해 "메모리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감으로 전반적인 구매 수요가 강세를 보였고, 지난 분기에 이어 DDR5와 고용량 SSD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주경제DB]
메모리 업계 양대 산맥인 SK하이닉스도 앞서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 등 호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기준 매출은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둘째로 높은 수치다.

양사 실적은 반도체 업황이 장기간 지속된 '다운턴(하강국면)'에서 벗어나 완연한 반등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3~28%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D램 평균판매단가(ASP)도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것으로 예측된다. 트렌드포스는 고성능 D램 가격이 올해 최대 18%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반도체 업체들은 연평균 60% 이상 성장세가 예상되는 HBM과 함께 서버용 고용량 DDR5 모듈 제품을 중심으로 일반 D램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 회복은 수출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3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3.9% 늘어난 116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6월 이후 최대 실적이며,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3%로 높여 잡았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인 한국의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수출과 생산 회복에 힘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사업에만 9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고, 특히 HBM·DDR5 등 첨단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설비와 후공정 투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4일 청주시에 건설할 신규 팹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AI 인프라의 핵심인 HBM 등 차세대 D램 생산능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AI용 선단 제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메모리 공급이 더 빠듯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생성형 AI 열풍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D램인 HBM, DDR5 등 수요 증가로 D램 업황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