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석포제련소는 깨끗했다
2018-02-07 16:08
재벌을 비판하고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이들이 주장하는 패턴은 대개 이러한 프레임으로 여론을 설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론은 이 같은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들의 주장이 맞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걸 바로잡으려고 하면 그들은 오류를 수정하려 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재벌이 정부를 이용해 자신들을 길들이려 한다고 음모론을 제기한다.
여론도 그들의 편에 서서 반감을 더욱 키운다. 한국은 법치국가인데 법을 기반으로 잘잘못을 심판한 결과도 자신들의 주장과 다르다면, 모든 것이 적폐라며 부정한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본 것과 들은 것은 그들의 주장과 다른데, 그럼 난 취재를 잘못한 것일까?” 기자로 일하면서 꾸준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영풍 석포제련소. 제련소를 빼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산간 오지인 이곳이 최근 수년간 환경오염 문제로 시끄럽다. 낙동강 최상류에 아연 제련소가 가동한 지 50년 가까이 되니, 환경문제가 아예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문제를 제기한 환경단체와 귀농 주민들은 석포제련소를 폐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이 문제를 역점사업으로 두고 해결하겠다고 했고, 국회의원들도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을 놓고 비판론자들은 위와 같은 프레임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데, 석포제련소도 비슷한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이틀간의 출장 기간 동안 제련소를 돌아보고 제련소 100여m 앞 마을에서 식당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로 곧 상세한 내용을 밝히겠지만,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귀로 들은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석포제련소는 깨끗했다. 통상 제철소와 공장 등을 방문할 때마다 갖는 첫인상은 작업공정에서 발생하는 냄새였다. 하지만 석포제련소에 도착했을 때 회사 임원으로부터 “냄새는 많이 나지 않더냐?”고 질문을 받을 때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냄새가 안 났기 때문이다. 제련소 도로는 24시간 계속 물을 뿌려 원료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했고, 직원들이 수시로 청소를 했다. 원료 창고는 대개 원료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바람에 날리는 것이 당연했지만 석포제련소는 이곳마저도 깨끗했다.
아연업계에서도 일본어 속어인 ‘나와바리’라는 단어를 쓴다. 이는 직원이 일하고 있는 자리 주변에 떨어진 아연 덩어리라는 뜻이다. 직원이 스스로 치워야 하는 것들이다. 생산한 아연을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생산하는 주조공장에 가보니, 직원들 주변에는 나와바리가 없었다. 떨어지는 즉시 치운다고 한다.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련소 곳곳에 저수조를 파고, 담벼락을 이중으로 만들고, 담과 담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마련해 낙동강으로 흘러 내려갈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에 더해 석포제련소는 수년 내에 정화한 물(오염 기준 이하)조차 아예 낙동강에 배출하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한다.
당시 출장은 소수의 영풍 고위 임원들만 알았고, 석포제련소 직원들에게는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취재 기자가 내려간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청소된 제련소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과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석포제련소는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고 있다.
또 석포제련소의 생산규모는 세계 4위이며 연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경북 북쪽지역에서 규모와 매출이 가장 큰 사업장이다. 2200여명으로 집계된 석포면 주민들 가운데 1600여명이 석포제련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석포제련소의 폐쇄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건설적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