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논란] ⑤ 세계 최초 상용화한 ‘TSL’, 눈독 들이는 경쟁사들

2018-02-12 13:08

(주)영풍 3공장 내에 있는 TSL 설비에서 아연과 희소금속을 추출한 뒤 남은 슬래그가 창고에 쌓여 있다.[사진=채명석 기자]


지난 1일 (주)영풍 석포제련소 현장 취재의 마지막 순서로 찾아간 제3공장 중앙통제실(DSC룸). 정면 수대의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각 공정의 현황과 전체 공정을 발광다이오드(LED)로 표시한 현황판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빛이 매우 진지했다.

7명의 직원씩 3교대로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은 제련소의 모든 생산 과정을 통제·관리하는 공장의 지휘소다.

1500억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5년 5월 13일 가동한 제3공장은 불법증축 논란으로 준공 과정 당시 애를 먹었던 바로 그 공장이다. 하지만, 산고의 고통이 컸던 만큼 지금 3공장은 석포제련소의 미래를 이끄는 주력 사업장으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정광에서 아연 100% 추출
3공장의 핵심 설비는 친환경 원료 처리 기술인 ‘TSL(Top Submerged Lance)’ 이다.

전통적인 제련방법으로는 정광에서 배소, 조액, 용해 과정을 통해 업계에서 통상 ‘케이크’라는 속어로 부르는 ‘아철산아연’(Zinc Ferrite)이라는 부산물이 생긴다. 그런데 케이크에는 아직 총량의 40여%의 아연과 각종 희소금속도 남아있다. 다른 기업들은 이러한 케이크를 그냥 폐기했기 때문에 동일한 양의 정광에서 뽑아낼 수 있는 아연의 양은 매장량의 6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TSL은 버려지는 케이크를 재활용해서 아연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전체적인 원리는 쇳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용광로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용광로는 원료와 철광석을 위에서 떨어뜨린 뒤 산소를 아래에서 주입해 융합반응으로 쇳물을 만든다.

반면, TSL은 케잌을 용탕 아래에 쌓고 상부의 좁은 랜스에 공기와 석탄을 집어넣으면서 회전을 시키면 용탕 내부는 1400도의 고온 상태가 된다. 케이크가 끓으면서 연기가 발생하는 데 이 연기가 집진기에 도달하는 시간에 따라 온도가 낮아지면서 다시 고체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1000도 이하면 은백색 분말 모양의 아연고체가 된다. 이때 회수되는 아연은 남아있던 40% 전량이다. 각 온도에 따라 금, 은, 동, 납, 구리 등 귀금속과 비철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철 함량 45~50%의 시멘트 업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슬래그가 된다. 말 그대로 뽑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뽑아낼 수 있다. 원료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연제련 업체들로서는 한국기업에 TSL 기술 개발 경쟁에서 밀린 것이 한이 되었을 것이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사진=영풍그룹 제공]


◆모두가 무시한 기술, 한국이 세계 최초 상용화
TSL을 처음 고안한 것은 일본 업체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 어떤 기업도 이를 도입하려고 하지 않았다. 안전이 생명인 대규모 설비 투자는 모험보다는 운용 기록을 더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영풍그룹은 달랐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TSL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를 단행해 1993년 세계 최초로 실제 아연 제련과정에서 TSL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생산성 향상은 물론 친환경적인 생산 공법으로 인정받아 과학기술부와 환경부로부터 국산신기술(KT)과 환경신기술(ET) 인증을 받았다. 2009년에는 광업 분야의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인 ‘광물공학’(Minerals Engineering)에 사례 연구로 실리기도 했다.

고려아연의 노하우를 받아 (주)영풍도 2006년 석포제련소에 1TSL 공장에 이어 2TSL 공장을 준공했으며, 3TSL도 완공했다.

배상윤 석포제련소 관리본부장은 “3공장 투자를 결정한 것도 원료 재활용을 위한 TSL 설비를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버리는 찌꺼기가 하나도 없이 재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친환경성에 다른 금속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공장에는 귀금속 공장이 마련되어 가동되고 있었다.

3TCL 공장은 (주)영풍과 고려아연의 그동안의 TSL 설비 운용 노하우를 모두 집결한 가장 업그레이드 된 최신 설비다. 또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경소백운석(CAOMGO) 케이크에 뿌리면 케이크의 수분을 23%에서 15%로 줄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열을 가하는데 드는 에너지를 아끼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줄여 연간 40억원의 추가 이익을 얻어냈다. 또한 덜 습한 케이크를 태우니 용탕과 집진기 등에 달라붙어 막히는 일이 적기 때문에 설비 가동률도 높일 수 있어 연간 13만6000여t의 아연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설비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스팀터빈발전기(STG)를 총 5개를 가동하고 있다. 스팀터빈발전기를 통해 얻은 전기는 석포제련소가 연간 지출하는 전기요금 1700억원 가운데 15%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도 설치, 생산한 전기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기술자 유치에 혈안
한편, TSL은 지난해 특허가 풀려 어느 기업이라도 특허료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몇몇 아연 제련소가 TSL을 도입했지만, 기술수준은 (주)영풍과 고려아연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석포제련소의 성공적인 운용 사례를 접한 중국 등 경쟁업체들이 한국 기술자와 기술을 빼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주)영풍과 고려아연은 고급인력 관리에 특별히 힘쓰고 있다고 한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TSL이 거둬들이는 연간 이익은 석포제련소에서만 300억원이 넘는다. 수익을 넘어 TSL은 미래 친환경산업을 전환하려고 하는 아연제련산업에 지향점을 보여주는 기술이기도 하다”면서 “이러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미래에도 업계를 주도하기 위한 우리의 사명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