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천국 철원평야, 철새와 지역주민 상생의 길 찾다

2018-01-28 15:29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두루미 최대 개체수 930마리 관찰
생물다양성관리계약‧탐조 생태관광 활성화 등 지역소득 증대 기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203호로 지정된 재두루미가 철원평야에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사진=배군득 기자]


철원평야가 철새와 지역주민 상생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두루미 천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동안 생태관광에 이견을 보였던 철원군과 지역주민들이 합심해 상생의 길을 찾으면서 두루미 개체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999년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930마리 두루미가 올겨울 철원평야를 찾았다.

환경부는 1999년부터 겨울철 철새도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를 실시 중이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철원평야 동시센서스에서는 두루미 930마리가 관찰됐다.

이는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가 시작된 이래 관찰된 두루미 최대 개체수에 해당한다. 철원평야를 찾는 두루미는 1999년 382마리를 시작으로 2008년 603마리를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였다.

철원평야는 임진강과 한탄강 일대 약 150㎢ 규모 넓은 평지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여울 등이 어우러져 철새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특히 이곳은 전 세계 야생 두루미의 약 30%가 겨울을 나는 세계 최대 두루미 월동지역이다. 이 때문에 철원평야를 찾는 철새 수는 두루미를 포함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철원평야를 찾은 철새 수는 47종 1만864마리였다. 올해는 2015년에 비해 2.7배 증가한 49종 3만9898마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에 대해 환경부는 2004년부터 추진한 지자체와 농민 간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 철원 두루미 서식지 보전 공동 프로젝트 등 보호 활동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부는 철원군과 농민 사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에 국고 6000만원을 보조해 볏집을 논에 그대로 놔두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는 철원군, 한국생태관광협회,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철원 두루미 서식지 보전 프로젝트’를 통해 수확이 끝난 약 30만㎡ 규모 논에 물을 가둬 두루미에게 우렁이 등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탐조가 지속가능한 생태관광 주요한 자원으로 부각됨에 따라 철원평야 등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를 대상으로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지난 25일에는 철원평야 일대 비무장지대(DMZ) 철새평화타운과 철새도래지를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해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재정, 컨설팅, 홍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종선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철원평야에 많은 철새들이 찾는 것은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보호 활동 때문”이라며 “주민들의 철새 보호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이러한 활동이 지역 주민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관광 활성화에도 힘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