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신동빈,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2017-12-21 05:2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12.14 [연합뉴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으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가 쓴 SBS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다.

당시 시청자들은 대한민국 1%에 속하는 재벌가 자제들의 다소 비현실적 생활과 그들만의 로맨스 화법에 혀를 내둘렀다. ‘유치찬란한 이야기’란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아마 김 작가의 작품 중 이렇게 혹평을 받은 작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비난의 이유는 여러가지였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깊이 박힌 재벌가에 대한 냉소가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이를 잘 아는 작가도 부제를 통해서나마, 소위 ‘금수저’로 태어난 그들에게 응당 그 무게를 견디라고 일침을 놓은 것일 수도 있다.

드라마 밖 현실에서도 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되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22일 총수일가 비리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에겐 새삼 그 무게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검찰은 앞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또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겐 징역 10년에 3000억원, 징역 5년에 벌금 125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징역 7년에 벌금 2200억원, 그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씨는 징역 7년에 벌금 1200억원을 구형했다.

이들은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고 받아간 혐의(횡령),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독점해 회사에 70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일본 롯데홀딩스 차명 주식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증여세 580억여원을 탈루한 혐의(조세포탈)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구형 이유에 대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가 장기간에 걸쳐 상상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며 “기업을 사유화한 전모가 드러났고 유례 없는 대규모 증여세 포탈과 배임·횡령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양형 이유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해 “가족들이 불법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를 통해 자신의 그룹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이익을 취한 이 사건 범행의 최대 수혜자”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자신들의 행위가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입장이나, 검찰은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며 손사래다.

검찰의 표현대로 신 회장이 이번 총수일가 비리혐의와 관련해 실제 최대 수혜자인지 여부는 재판부 판단의 몫이나, 그가 명실상부 롯데그룹을 책임지는 최고 수장임은 분명하다. 그는 올해 롯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도 회사를 대표해 축포를 쏘아올리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자”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모든 영광 뒤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신 회장은 이번 선고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불신임을 받아 경영권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정은 결국 재판부의 몫이나, 이후 결과에 과연 신 회장이 얼마나 의연한 자세로 대처할지도 주목된다. 왕관의 무게에 걸맞은 품격 있는 자세도 상속자다움을 보이는 것일 테니 말이다. 22일 선고가 특히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