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중국의 한국 패싱…아세안 경제장관회의 이어 아셈 경제장관회의서도 한·중 장관회담 무산
2017-09-21 15:09
중국의 환경단속 강화로 현지 진출 국내기업 피해 커져
특히 정부가 최근 2주 새 두 번이나 중국 통상장관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되며 양국간 대화채널이 완전히 막힌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양국이 고위 통상채널에서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우리 기업의 불안감을 없애야 하지만, 중국의 '무대응 원칙'에 막혀 대화 진전은 쉽지않아 보인다.
21일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통상·산업 장관들이 모이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경제장관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으로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약 30개국의 장·차관을 비롯해 51개 회원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에서 정부는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 부장(통상 장관)과의 양자면담을 통해 '사드 보복'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장관회의에서 중국 상무부 부장과 양자 회담을 신청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긴밀히 양자간 협의를 통해 (사드 보복)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상무부 부장이 아닌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급)을 대표로 보내면서 자연히 양국 장관 회담은 무산됐다.
산업부는 장관 회담은 불발됐지만 회의 기간 중국측과 계속 접촉하는 만큼, 사드 보복 해소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왕서우원 부부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불과 2주 전과 너무 흡사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8~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 관련 경제장관회의에서도 중산 부장과 양자면담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중산 부장의 빡빡한 일정 탓에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당시 우리 측 수장은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장관급이다.
김 본부장은 중산 부장과의 양자면담이 무산되자 왕서우원 부부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다 할 소득은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지난 10일 아세안 관련 경제장관회의에 대한 성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자료에는 김 본부장이 회의 기간 중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라오스 장·차관과 만나 경제협력 강화, 불공정 거래에 대한 우려 표시, 보호무역주의 대응 등 각 양자면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자료 어디에도 중국과의 양자면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화가 매끄럽지 못했다거나,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불과 2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같은 인물을 다시 만나는 게 사드보복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과의 통상 고위급 대화시도는 이전 정부부터 이어졌다. 사드 보복이 노골화된 올해 초부터 정부는 대중국 통상분야 접촉을 시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중국은 우리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자국의 수입 규제 및 행정 조치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사드 보복 조치가 아니다"라며 무대응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학계 관계자는 "사드보복을 민간 기업 차원에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고, 양국의 통상 대화 채널도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며 "서둘러 양국의 통상 고위급 대화를 부활시켜 해결책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에 대한 고위급 대화조차 성사되지 않는 사이 우리 기업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특히 관광·한류·콘텐츠의 제한, 비관세장벽과 수입 규제 등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물론, 최근 중국의 환경 단속 강화로 현지 진출 기업 피해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코트라가 최근 발표한 '中, 초강력 환경단속 폭풍'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작년부터 지난달까지 4차례의 감찰을 통해 중국 전역 31개 성시에 대한 환경단속을 시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8개 성시를 대상으로 한 4차 감찰에서 업체들에 7457건의 시정명령을 하고 9449만위안(약 16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66명을 형사 처벌하기도 했다.
한국기업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환경보호 감찰이 시행된 뒤 영업정지, 사업장 폐쇄 등을 당한 기업이 나온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1차 협력업체들이 중국 공장이 환경오염 단속에 걸려 이달 초 생산정지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중국 환경규제에 부합하려면 기업은 생산설비, 환경오염 처리설비를 교체해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현지 중소·영세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고조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