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2017-09-18 20:00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사진 = 김 홍열 초빙 논설위원· 정보사회학 박사]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다시 가짜 뉴스 하나가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240번 안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가 발단이 됐다. 버스에서 아이 홀로 내린 것을 뒤늦게 안 엄마가 버스 기사에게 즉각 운행정지를 요청했는데 기사가 이 요청을 무시하고 다음 정거장까지 운행했다고 버스 안에 있던 사람이 SNS에 올렸고, 이 SNS 메시지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SNS 메시지는 댓글, 좋아요, 공유, 퍼 나르기 등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알려졌고 □□○ 오프 신문에서도 다뤄졌다. SNS 메시지가 뉴스가 되어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되면서 운전기사에 대한 온라인 폭력이 시작됐고, 기사가 속해 있는 버스회사와 버스 회사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에 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렇게 끝날 것 같던 사건은 기사의 딸이 SNS에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한 글을 올리면서 반전이 이루어졌고, 버스 안 상황이 찍힌 CCTV 분석 등이 보도되면서 최초 SNS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정리되기 시작했다. 최초 유포자는 당시 “감정에만 치우쳐서 글을 쓰게 됐다. 제대로 상황 판단을 못하고 기사님을 오해해서 글을 썼다.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을 올렸다. 반면 운전기사는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인터넷이 사람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초 단독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 가능한지 경찰에 문의했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까지 가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가짜 뉴스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같이 가짜 뉴스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 가짜 뉴스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지, 걸러낼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교과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뉴스를 볼 때 뉴스 정보원에 주의하기, 본문을 주의 깊게 읽기, 저자 확인하기, 근거에 주의하기, 날짜에 주의하기 등이다. 이런 판별법이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오프 신문을 떠나서 뉴스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없다. 뉴스를 재구성해 논문을 쓰거나 칼럼을 작성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뉴스는 일회용 소비재다.

집단 지성에 의해 가짜 뉴스 생성 가능성을 사전에 제어하는 방법도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플랫폼 자체에 신고 기능을 추가해 잘못된 정보,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 등의 유통을 막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이런 방법 역시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의미 있는 솔루션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공 지능에 의한 해결 방안 역시 강구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가짜 뉴스를 찾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연구진을 뽑는 '2017년 인공지능 연구개발 챌린지 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고 현재 대회를 실시 중에 있다. 뉴스 제목·내용의 모순을 판별하고 기사 내용 중 전체 맥락에 관계없는 내용을 검출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쉽지 않겠지만 잘되었으면 좋겠다.

가짜 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뉴스가 유통되기 시작한 이후 가짜 뉴스는 늘 있어 왔다. 사람들은 늘 뉴스를 소비하고 싶어 한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뉴스,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뉴스를 보고 싶어 한다. 확증 편향은 이런 욕구를 표현하는 개념이다.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에는 관심을 보이고, 다른 정보는 버리게 된다. 확증 편향을 이용한 개인 검색 서비스가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사용자 정보에 기초하여 웹사이트 알고리즘이 선별적으로 정보를 선택하여 보여준다. 보고 싶지 않은, 동의하지 못하는 정보는 차단당한다.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사람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팩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뉴스,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이비 종교 지도자다.

지금은 가짜 뉴스라고 알려졌지만 종말이 가까웠다고 주장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있었다. 특정 개인의 심신 미약함을 떠나서 죽음이 두려운 많은 사람들이 이 종말론을 견고하게 믿었다. 지금도 이런 사이비 종교가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폐쇄된 특정 공간에서 거짓 메시지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이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신앙화한다. 같은 공간에 같은 믿음의 소유자들만 모여 있다. 다른 메시지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각이 고립되면서 사회적으로 격리되고 최종 피해가 커진다. 비단 사이비 종교뿐만이 아니다. 특정 이념에 과도하게 경도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가짜 뉴스는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통되면서 생성되고 확산된다.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면 어떤 뉴스라도 바로 잊힌다. 사회적 제도나 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약자의 피해사례와 같은 특정 뉴스에 대한 반응 속도는 비례하여 확산된다. 사회적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가짜 뉴스의 확산 속도를 늦추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인터넷이 만든 가상공간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라 검증도 빨리 이루어진다. 뉴스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일차적 방법은 인터넷에서 찾아야 한다. 모든 뉴스는 가짜 뉴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피해가 예상되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그 배려에 기초한 비판적 독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