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12] 의사와 원격의료보다 더 중요한 것
2017-08-21 20:00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12
의사와 원격의료보다 더 중요한 것
의사 및 의료 관련 단체들의 반대 등으로 한동안 중지되었던 원격의료 논의를 다시 시작한 곳은 공정위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합리적 시장 질서 유지를 목표로 한다. 공정위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포함한 헬스케어 관련 규제가 적절한지를 다음의 6개의 관점에서 조사·분석한다고 밝혔다. △과도한 등록·허가·자격 요건 등을 요구해 신규 진입을 제한한 규제 △사업자 혁신적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부처 간 규제 범위가 달라 사업자 부담을 가중하는 규제 △과거에 유효하던 규제가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맞지 않는 규제 △제품의 상업적 이용을 제한해 산업 활성화를 억제하는 규제 △외국기업의 국내 진입이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 등이다. 최종 조사 결과 적어도 서너 개 이상에 해당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합리적 경쟁과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만 원격의료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현 의료 관련법은 부당한 측면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올 연말까지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관한 검토를 마치고 내년도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추진 과제'에 반영한다고 한다. 검토 결과에 따라서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규제 개선 등을 요청한다. 공정위의 발표 내용에 따라 다시 한번 극심한 사회적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원격의료 시스템을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이 본격화될 경우 최대 피해자가 될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당연히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 갈등은 기본적으로 헬스케어 관련 ICT 업계 대(對) 의료 관련 단체들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치열할 수밖에 없다. 두 업계는 의료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자신들의 주장이 최선이라고 선전하며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 분명하다.
가벼운 병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의료비가 비싸다. 중병에 걸리면 본인뿐 아니라 한 가족의 삶이 망가진다. 나중에는 돈이 없어서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에도 생명이 소중하다면 의료 서비스는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나 기술보다 치료비가 더 중요하다. 물론 원격 의료를 둘러싼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경청할 내용이 분명 있다. 의료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 있고 헬스케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논쟁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칠게 표현한다면 의료기술, 의료기기, 헬스케어 산업 등은 자체 경쟁 시스템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치료가 필요한 순간에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대통령 후보 당시의 공약보다는 약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건강 보험 시스템과 비교해보면 분명 진일보한 내용들이 많다.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병원비 부담을 계속 낮춰 2022년에는 건강 보험 보장률을 7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재원 조달을 둘러싼 논란 등 몇 가지 사회적 이슈들이 있지만 대체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좋은 정책이다. 다음은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 발표문에 나온 문장이다.
“ 아픈 것도 서러운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것은 피눈물이 나는 일입니다.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서 첫째로 필요한 것은 아픈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책임이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기술발전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