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13] 소유냐 삶이냐, 자율주행차가 던지는 미래의 질문
2017-09-04 20:00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13
소유냐 삶이냐, 자율주행차가 던지는 미래의 질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자율주행차는 현재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시범 운행 중이다. 그 시범 운행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실시되고 있다. 도로 상황이 혼잡한 시내 주행 시에는 운전자가 운전을 하고 고속도로처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판단해서 운전하는 경우다. 현재까지 테스트 결과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율주행차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포드, 혼다, 폭스바겐, 볼보 등과 같은 완성차 기업뿐만이 아니라 구글, 애플, 우버, 엔비디아 같은 ICT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미래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의 돌발적 사고 가능성을 주장하는 이런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초기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느낀 공포감은 조작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었다. 시속 수십㎞로 달려오는 거대한 쇳덩어리에 치여 죽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에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속 수십㎞는 인간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속도였다. 인간이 제어할 수도 없었고 그 속도를 이겨낼 수도 없었다. 도로 위에서, 도로 밖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람이 생겨났고 사회적 여론이 부정적으로 확산되면서도 자동차는 계속 생산됐고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여전히 교통사고로 연간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만 자동차는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필수품이 되었다.
큰 기술의 경우 그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기술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다. 이미 시장에서 기술을 응용한 제품들이 거래되고 있고 관련 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장 초기에 사회적 여론이 부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때문에 유통과 레저가 활성화되고 산업구조가 바뀌고 결국 경제 활동의 한 부분이 되었다. 자율주행차 미래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몇몇 부정적 주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들과 시장은 자율주행차를 선호하게 될 것이고 자동차용 OS는 더 정교해질 것이고 관련 법규와 보험 시스템은 합리적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기에너지와 수소에너지 등의 발전이 결합되어 자동차는 현재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사용하고 싶을 때 제약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소유하지 않아도 항상 이용이 가능하다면 굳이 소유에 따른 비용 지출과 분실, 훼손 등의 위험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VOD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CD와 DVD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디지털 콘텐츠는 어딘가에 잘 보관되어 있다. 나는 일정 금액만 내면 아무 때나 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기고 영화를 보면 된다. 디지털 콘텐츠가 독점적 소유에서 벗어나 공동 소유가 된 것처럼 자율주행차 역시 필요하면 항상 이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콘텐츠가 되어 가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회사들이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에 투자를 하거나 그들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량을 항상 이용할 수 있다면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소유에 따른 과도한 지출도 없어지고 주차장도 필요 없게 된다. 추가로 얻게 되는 사회적 이익들도 크다. 도시 환경도 좋아져서 지금보다 더 쾌적하게 살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이미 판단했다.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라고. 물론 자신의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사람들이 분명 있겠지만 소수에 그칠 것이고, 최종적으로 자동차는 디지털 콘텐츠처럼 공유 서비스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술이 소유의 종말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자율주행차의 미래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