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서가 꼽은 별별 명장면] '박열' 교도소 신, 노동자들의 노래

2017-07-04 10:35

영화 '박열'에서 후미코 역을 열연한 배우 최희서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62번째 타자는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의 히로인 최희서다.

영화는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 분)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제가 생각하면 ‘박열’의 결정적 장면은 후미코가 유치장에 제 발로 들어온 뒤, 박열 혼자 형무소로 이송되는 장면이에요. 후미코와 불령사 친구들은 ‘나도 데려가’라며 난데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죠. 그건 대본에도 없던 장면이에요.”

최희서가 명장면으로 꼽은 교도소 신은 관동 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일본 내각은 ‘불령사’의 박열을 대역 사건의 배후로 지목, 그를 형무소로 이송시키는 장면이다.

박열 홀로 형무소로 이감되자 ‘불령사’와 후미코는 이를 반대하며 ‘인터내셔널가’를 부른다. 노동자 해방과 사회적 평등을 담고 있는 프랑스 민중가요로 당시 사회주의 사상가 및 노동운동가들이 번역해 불렀다고.

최희서가 명장면으로 꼽은 '교도소 신' 스틸컷[사진=메가박스 (주) 플러스엠 제공]


“인터내셔널가는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 다 있을 거예요. 이걸 부르는 장면이 있으면 세계적 흐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처음에 노래 부르는 장면을 넣자고 했을 땐 너무 급작스러울까 봐 걱정이었어요. 과장돼 보일 것 같은 우려였죠.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가사 내용도 ‘서라 굶주린 자여, 우리의 때가 왔다’며 함께 싸우자는 내용이거든요.”

이준익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땐 없던 장면이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어느덧 ‘인터내셔널가’는 패기의 상징이 되었다. (이 장면은 첫 번째 대본 리딩 후,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한다.)

“박열과 불령사의 패기와 맞닿아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목청이 쉬도록 불렀는데 다들 음정도 안 맞는 것 같고. 하하하. 오히려 음정이 나가는 게 더 좋아 보였어요. 저항심과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어떤 분들에게는 이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기로 똘똘 뭉친 아나키스트들의 노래. 이들의 저항 정신이 담긴 영화 ‘박열’은 지난달 28일 개봉,​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은 129분, 관람등급은 12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