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 주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일본 재방문 시사

2017-07-03 06:00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SK그룹 제공]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협상과 관련, "조만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길에 동행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지난달 30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한 박 사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상황이 생각보다 부정적이진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시바는 지난달 21일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을 선정했고, 28일 도시바 정기 주주총회까지 최종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과정에서 법정 소송을 벌이는 등 갈등이 커지면서 협상시한을 넘기자 우려감이 흘러나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박 사장의 이번 일본 방문은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 간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 인수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사장은 구체적인 일본 방문 일정과 최 회장의 동행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함께 귀국한 최 회장도 기자의 질문에 함구하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다른 일정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도시바 메모리 협상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필요한 사항을 직접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 이외에 일본 산업혁신기구과 정책투자은행, 4개 일본 기업, 미국 투자펀드인 베인캐피털 등이 대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웨스턴 디지털은 최근 도시바 메모리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도시바 측에 전달했다. ‘한·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가 참여한 것을 빌미로 핵심기술 유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도시바는 물론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까지 나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으나 일본 내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시바는 지난달 28일 웨스턴 디지털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방해했다며 1200억엔(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박 사장은 최 회장 체제 아래 SK그룹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주도하고 있다. 1989년 SK그룹 전신인 선경그룹에 입사한 그는 SK그룹이 제2이동통신 사업 참여를 위해 1991년 그룹 내 젊은 엘리트들을 모아 태스크포스 성격으로 설립한 대한텔레콤(현 SK C&C)으로 이동한 뒤 줄곧 최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SK그룹의 신사업 업무에 깊숙이 관여했다.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이끌어낸 그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함께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전면에 나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 4월 최 회장의 일본 방문에도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