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경선, '돈키호테' 홍준표 독주체제···사드배치 등 당론과 다른 의견 제시

2017-03-21 17:24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가 지난 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경남 여성 리더십 강화 홍준표 도지사 초청 특강'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대통령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자유한국당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의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발표 이후 보수진영의 표심이 홍 지사로 대거 이동한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일자리 공약 등에서 당론과 이견을 보이는 홍 지사가 한국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정책 조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당은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홍준표·김진태·이인제·김관용 등 총 4명의 후보가 본 경선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당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1·2차 컷오프에서 홍 지사가 과반에 달하는 표를 잠식하며 독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 측도 당내 경선을 뒤로하고 사실상 본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지방 합동연설회 계획 변경 등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친박(친박근혜)계로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경선에서) 전국 지방 5곳을 다니며 순회 연설을 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한곳을 제외하고 모두 TV토론으로 대체됐다”며 “선수가 한창 경기를 하는 중에 룰이 바뀐 것은 특정 후보에 유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만 현장 합동연설회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홍 지사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본 경선에 진출한 네 분과 2시간 이상 이야기를 하고 합의한 사항”이라며 “오히려 TV 토론을 하면 홍 지사가 점수를 더 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현장 토론보다는 오히려 TV 토론이 후보자들의 생각을 더 많이 알 수 있고 박진감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돈키호테’라 불리는 홍 지사가 안보 및 일자리 등에 대해 쏟아낸 공약들이 당론과 지나치게 괴리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한국당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세운 사드 배치에 대해 홍 지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대신 홍 지사는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며 ‘핵보유’를 내세웠다. 대선 전 개헌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연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홍 지사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다.

홍 지사는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사드 배치로 대한민국이 들썩거리고 있는데, 사드는 군사적 실효성보다 한·미 군사동맹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효과) 밖에 없다”며 “사드 배치가 북핵을 저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가 아무래도 중앙정부 돌아가는 현실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면서 “언젠가 좀 만나서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이야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홍 지사에게)말씀을 드리면 합리적인 분이라 당론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라며 “당론과 전혀 배치되는 발언을 통해 당원과 지도부를 당황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은 책임당원 현장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해 오는 31일 전당대회에서 최종적으로 대선후보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