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지방교부세 삭감하며 고교무상교육·의료대란 비용도 떠넘기나

2024-10-08 16:51
2년 연속 수십조 '세수펑크'...내년도 고교무상교육 정부예산은 99.4% 삭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4.07.08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 여파로 18조6000억원 규모의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일방적으로 불용 처리한 것에 이어 올해도 12조원가량 삭감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고교 무상교육비와 의료공백 수습비용 등도 지자체 부담으로 넘기면서 지방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을)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교부세 감액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주고받은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로부터 '관계부처 간 협의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졌으며, 공문 및 회의록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기재부가 국회가 의결한 예산을 관련 회의 자료나 공문서 등 법적 효력을 지닌 공식 문서도 없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일방적으로 불용 처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나자 지방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 처리하고 보내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이 유력하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지방교부세(지자체)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청)은 내국세 수입의 40%가량이 할당되기에 올해 지방교부세 역시 11조~12조원 수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그간 중앙정부가 지원했던 부분이 줄어들고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늘어나는 점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재학생에게 한 해 160만원 정도인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당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돼 2021년부터 전 학년에 적용하고 있다.
 
해당 비용은 국가(47.5%)와 지방자치단체(5%), 시도교육청(47.5%)이 분담해 왔다. 그러나 이를 명시한 특례조항이 오는 12월 31일 일몰돼 정부는 올해 9438억원이 편성됐던 예산을 99.4% 삭감, 내년도 52억6700만원만 편성했다.
 
이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교육정책에서마저 후진기어를 넣고 있다"며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느라 고교 무상교육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재정교부금으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년 연속 지방교부금이 삭감될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예산 집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을 비상 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수습 비용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