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항암제들, 환자 생명연장 효과 별로 없어”

2016-11-11 07:45

그동안 항암제 개발에 막대한 투자와 혁신이 이뤄졌지만 암 환자 생명을 실제로 연장하는 데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그동안 항암제 개발에 막대한 투자와 혁신이 이뤄졌지만 암 환자 생명을 실제로 연장하는 데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https://eurekalert.org/pub_releases/2016-11/b-enc110716.php] 등에 따르면, 영국 원로 의학자 피터 와이즈 박사는 항암제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치료 효과 등에 관한 기존 연구결과들과 문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고 연합뉴스 전했다. 

암 환자 생존율은 지난 수십년 사이에 꽤 늘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전이성 고형암에 걸린 성인의 5년간 상대적 생존률이 40년 동안 49%에서 68%로 증가했다.

와이즈 박사는 그러나 항암제 자체의 기여도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기 진단과 치료, 예방적 건강활동과 백신 등 다른 여러 요인들의 기여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자료와 설명에 의하면 고환암 등 몇몇 암에선 5년 생존률 증가에 항암제가 미친 영향이 8.8∼40%였다. 그러나 이는 전체 암환자의 10%만 앓는 암에 해당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폐암·유방암·전립선암 등을 포함한 나머지 암들에서는 5년 생존률에 항암제가 미친 영향이 2.5% 미만이었다. 생명 연장기간도 평균 3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근년에 나온 신약이라고 더 낫지도 않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02∼2014년 승인한 48개 항암 신약의 생존연장기간 중간값이 2.1개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항암 신약의 경우 1.2개월이었다.

다만 와이즈 박사는 항암 신약의 효과나 개발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항암제가 '이처럼 작은 생명연장 혜택'만 있는데도 환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부담하는데다 임상시험과 판매 승인이 너무 쉽고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현실을 비판한다.

특히 이른바 '쾌속승인' 제도로 제한된 간접증거만 갖고 신약들을 허가해줬지만 실제론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개선 효과가 없음이 드러난 것이 절반이 넘는다는 점도 들었다.

그는 몇 주∼몇 달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환자들이 매년 수천만∼수억원을 항암제에 쓰는 건 "부적절한 일일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2015년 세계 항암제 판매액은 1100억달러(약 126조원)에 달한다. 제약회사나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로 얻는 이득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부작용,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해 과연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공정하게 제공한 뒤 환자의 동의와 결정이 이뤄지는지 등도 '윤리적 의문'을 야기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http://www.bmj.com/content/355/bmj.i5792] 온라인판에 9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