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 삼성’⑤]삼성, 인재의 창의성은 장려해야
2016-10-25 16:15
지난달 28일 아주경제신문이 주최한 ‘2016 글로벌그린성장포럼(GGGF)’에 참석한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은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이데이 회장은 소니 회장 시절 삼성전자와 합작한 액정화면(LCD) 패널 생산 법인 ‘S-LCD’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S-LCD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기도 하다.
마라톤은 기록도 중요하지만 42.195km의 장거리를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어떤 구간은 앞서가는 경쟁자가 있어도 천천히, 어떤 구간은 경쟁자가 뒤에 멀리 있어도 빨리 달려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선수 자신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7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더 나아가 삼성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들이 매일 회의를 갖고 수습대책과 미래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강조하지만 직원들의 속내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며 "그래서 ‘실패도 자산’이라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은 ‘실패 자산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요시카와 료조 일본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새로운 제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성공하면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 받지만 실패하면 ‘무모한 투자’라며 책임을 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100%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신제품은 없다"며 ‘선견지명’과 ‘무모한 투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자는 ‘무모한 투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지연하거나 직원들의 창의성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요시카와 특임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실패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강해 실패 경험도 축적하지 않는데 이는 일본과 같은 저성장기가 닥쳤을 때 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일본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축적’이라고 자주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삼성전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변화상을 겪었다. 사내 인트라넷에 마련된 익명 게시판에 직원들은 갤럭시 노트7의 리콜을 요구하고 ‘고객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최선의 결정을 해달라’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를 최고 경영진들이 실시간으로 보고 결정에 반영하는 등 넓은 ‘소통의 힘’을 보여준 것.
최고경영진들과 직원들간에 위기를 헤처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회사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2월 2주간 전 직원 대상 온라인 대토론회에서 현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또 올해 3월에는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선포해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 생산성 제고 및 자발적 몰입 강화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문화 개선이 갤럭시 노트7 사태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얻었다. 구 시대에 최적화 된 기존 ‘하의상달식’ 의사소통 체계의 문제점을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통해 개선해 낸다면 이 부회장의 뉴 삼성은 어떤 글로벌 기업들보다 ‘빠르고 통하는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삼성종합기술과 삼성인력개발원 원장을 지낸 손욱 전 농심 회장(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센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대 조직의 조직문화 개혁은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며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갤럭시 노트7으로 촉발된 위기의식이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초일류삼성의 정신문화 혁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