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갤노트7 사태 불구 “삼성 세계적 회사”...실리추구 위한 전략

2016-10-13 17:3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갤럭시노트7' 단종 파동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무한한 신뢰를 표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과 대립각을 세웠던 엘리엇이 최근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한다'는 제스처를 취한 데 이어 또다시 신뢰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브랜드라는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위기가 삼성전자의 운영방식과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최고 수준의 기업 운영방식과 지배구조 개선을 채택해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 잡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이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선언한 데 이어 3분기 영업이익(잠정)을 7조8000억 원에서 5조2000억 원으로 낮춘다고 정정한 직후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갤럭신노트7 발화 문제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었지만,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쌓은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엘리엇이 가진 삼성전자의 지분은 0.62%다. 지분율로 보면 높지 않지만, 삼성전자 지분의 50.7%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신뢰를 강조하는 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엘리엇은 헤지펀드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이라며 "실리를 취하기 위해 주주로서 지지를 보내는 전략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삼성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주에 이어 두번째다. 엘리엇은 지난주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의 분리 △30조 원 특별배당 △독립적인 이사 3명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시나리오로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관측이다. 삼성의 가려운 곳을 엘리엇이 긁어줬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제안대로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에 대한 엘리엇의 연이은 행보는 '주주이익 극대화'를 우선으로 하는 헤지펀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엘리엇의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이미 엘리엇 입장에서는 삼성의 답변과 상관없이 이익을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