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000억원대 '엘리엇 판정' 후속조치 발표..."불복에 무게"

2023-07-18 09:08

지난 11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열린 법무부·전남도 외국인·이민제도 정책 소통 간담회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판정에 대한 불복 여부를 발표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ISDS 판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브리핑을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 후 28일 만이다.
 
법무부는 ISDS 판정에 불복해 제3국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5300여만 달러, 우리 돈 69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전체 배상금 7억7000만 달러(약 9917억원) 중 약 7%만 인용된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앨리엇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배상금에 이자, 법률비용(372억5000만원)을 모두 더하면 1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공단)을 동원해 부당하게 개입한 결과 주가 하락 등으로 7억7000만 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18년 7월 투자자·국가 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법조계에서는 우리 정부 대응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중재'에 초점을 맞춘 국제 소송 특성상 전부 승소가 나오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금이 나간다는 점에서 전부 승소면 최고이고 최상이지만 중재 판정부는 본질적으로 전부 승소가 나오기 어렵다"며 "이 사건 중재 재판부 쟁점에 대한 다툼은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이뤄졌다는 점에서 법무부 대응이 충분하고 적절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각 판정이 나왔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공단이 적법한 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한 것인데, 이로 인한 손해를 정부에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엘리엇도 중재 과정에서 공단의 주주권 행사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송기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이라는 주주가 공단이라는 주주의 주주권 행사로 인해 손해 발생을 주장할 수 없다"며 "비록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국가가 개입했다고 해서 애초에 없던 청구권이 엘리엇에게 생겨나지 않고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