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 물류대란 거세…눈치 보는 정부
2016-09-05 16:00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물류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도 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정부가 내걸었던 '대주주의 책임 없이는 추가 자금 지원도 없다'는 원칙을 이제와서 깰 수가 없기 때문이다.
5일 정부의 합동대책태스크포스(TF)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법정관리 엿새째인 이날 한진해운의 비정상 운항 선박은 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18척을 포함해 총 79척에 달한다.
지난달 31일 법정관리 신청 당일만 해도 22척이었던 비정상 운항 선박 숫자가 불과 며칠 만에 50척 넘게 늘었다.
비정상 운항이 이뤄지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일본, 스페인, 캐나다 등이다. 외국 현지에서는 항만 당국이 입·출항을 금지하거나 하역 관련 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선주의 권리 행사로 컨테이너선 1척(한진로마호)이 압류돼 있고, 현금이 없어 연료유 구매가 막힌 곳도 있다.
특히 물류대란에 따른 피해책임에 대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에 제품 운반을 맡긴 삼성, LG 등 국내 기업 외 월마트, 아마존, 이케아 등 세계적 업체들 역시 조만간 화물 지연에 대한 배상청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제때 화물을 운송하지 못한다면 최대 14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 규모의 줄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한진해운이 해당 업체에 돈을 지급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방안이 없지만 회사에 자금이 바닥나고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금지원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신규 자금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입장은 더 애매해졌다. 물류대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데다 그간의 원칙을 유지해야 할지 어떻게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지 고민인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최우선으로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부는 당장 화물 억류를 풀기 위해 하역운반비·장비임차료·유류비 등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한진해운 조기 정상화를 위한 긴급피난자금으로 신속히 조성해야 한다"며 "오늘이라도 내외신 기자회견을 해 용선료·항만접안료를 정부가 보증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한진그룹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대주주가 됐든 한진해운이 됐든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곳이 자금을 마련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선주와 화주 간에 민사상의 문제로 여기에 정부가 지급보증하거나 재정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