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범죄의 여왕' 조복래의 여지
2016-09-05 13:33
이를테면 수수께끼. 진짜 이름도, 성도 모르고 왜 개 같이 태어난 건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건 사나운 얼굴, 거친 언행 속에서도 말간 눈만큼은 빛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눈동자로 하여금 ‘어떤 사연’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짐작’의 시작에는 배우 조복래(30)가 있었다.
8월 25일 개봉한 영화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섭·제공·배급 ㈜콘텐츠판다·공동제공 공동배급 TCO㈜더콘텐츠온·제작 광화문시네마)은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 수도요금이 120만 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건을 파헤치게 된 미경(박지영 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 중 조복래는 미경의 조력자 개태 역을 맡아 열연했다.
드디어 개봉했다. 주말을 지내며, 사람들에게 많은 평가를 들었을 것 같다
- 관객들이 이 영화의 개봉관을 걱정해주시더라. 그게 일단 정말 감사했다. 우리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는데, 관객들이 먼저 영화의 개봉관을 찾아봐 주시니까.
관객들이 기다리는, 찾아보는 영화라니. 기분 좋을 것 같다
- 당연히! 하하하.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다. ‘범죄의 여왕’이 잘 돼야 (영화계에) 다양한 색깔이 채워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우리 영화나 광화문시네마라는 창작집단이 잘 돼야 할 이유기도 하고.
완성된 영화의 첫인상은 어땠나?
- 깜짝 놀랐다. 시나리오보다 더 좋았으니까. 하하하. 사실 저 역시도 매체에 익숙한 배우가 아니고, 덜 익었는데 입봉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있었다. 저도 저를 못 믿으니까. 거기다 감독님이 너무 순박하고 해맑은 거예요! 걱정이 좀 되더라고요. 하지만 현장에서 함께 지내면서 카리스마만이 능사가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힘들고 예민할 수 있는데 늘 웃는 얼굴로 배우들을 대해주고…. 거기에 결과물까지 좋으니까. 감독님을 리스펙하게 되는 거죠. 하하하.
광화문시네마라는 창작집단이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건 분명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도 광화문시네마라는 점이 어떤 작용을 했을 것 같다
- 그럼요. ‘1999, 면회’ ‘족구왕’을 굉장히 재밌게 봤었고, 다음 작품인 ‘범죄의 여왕’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었어요. 거기에 광화문시네마 감독님들을 만나보니 뭐랄까? 굉장히 오타쿠 감독들의 집단 같다고 해야 하나. 어떤 미치광이들 같다고 할까. 하하하. 독특하고 발랄하고 신선한 구석이 분명 있어요. 그게 재기발랄한 영화의 완성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범죄의 여왕’이 처음엔 코미디 성향이 더 강했었다고 하던데
- 저도 시나리오만 보고는 이렇게 스릴러적인 성향이 강할 줄 몰랐다. 그런데 완성된 열화를 보니 스릴러의 쫄깃함이 잘 살았더라. (허)정도 형이 잘해주기도 했고, 감독님이 연출을 잘해주셔서…. 영화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 대한 응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개태의 첫인상은 어땠나?
-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개태에게 눈이 갔어요. 독특한 시나리오에 독특한 캐릭터들에 재미를 느꼈죠. 저도 예전에 고시원에서 살았던 적이 있거든요. 한 2년 정도? 그 시절이 떠오르면서, 시나리오에 더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그 시절의 추억들이 공감을 더 불러일으킨 것 같다
- 그렇죠. 아무래도. 하하하. 배경이나 역할이 가진 환경이 친숙하니까요.
개태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어떤 과거도 드러나지 않고, 수수께끼 같은 구석이 있다. 이에 따라 조복래가 준비한 전사 같은 게 있다면?
- 구체적으로 디테일한 캐릭터의 전사는 없었다. 그저, 인물이 살아온 배경 혹은 직업에 대한 친숙한 온도만 맞춰놓을 뿐이다. 직업이라든지 관계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그다음에 서서히 접근하는 편이다. 사실 아직도 이런 작업에 의심을 한다. 친숙해진 상태에서 (캐릭터에) 접근하는 게 맞는지, 친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할지. 배우의 몫인 것 같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개태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있다면?
- 욕이 많이 나오니까. 그게 불편하게 느껴질까 걱정이 되긴 했었다. 저는 욕을 하면 세게 느껴지니까…. 개태는 사랑스러워야 할 인물인데! 그래서 귀여운 욕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귀엽게 부담 없는 욕의 톤을 찾기 위해서. 또 중점을 둔 건 박지영 선배와의 케미스트리였다. 따로 놀거나, 돋보이는 건 오히려 손해다. 연기는 앙상블이니까! 선배님을 잘 받쳐드려야겠구나 생각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응이 왔던 장면이 있다면?
- 박지영 선배의 대사인데 ‘너 개태하지 말고 소태해. 소눈 닮았어. 개 같지 않아. 소태해’라는 장면. 촬영할 땐 몰랐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관객들이) 거기서 터지더라고요. 사실 요즘 영화들은 사실주의적인 성향인데 우리 영화가 만화적이고 연극적인 부분이 있어서 대사 처리에서도 걱정을 좀 했어요. 그런데 이걸 (박)지영 선배님이 톤을 잘 잡아준 것 같아요. 우리 영화의 일등공신이죠.
여러모로 박지영은 ‘일등공신’인 것 같다.
- 박지영 선배님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고, 열린 사람이다. 사실 대선배니까 어려울 수도 있는데, 친구처럼 받아주고 열어주니까 모든 배우가 조화를 이루고 준비한 만큼 연기를 잘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누차 말하지만, 박지영 선배님은 누구든 무장해제 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박지영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나 배려가 있다면?
- 다정한 걸 넘어 더 깊이 들어온다고 할까? 질문이나 관심도가. 박지영 선배님과 있으면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진짜 무장해제 되는 거다. 더 편해지고 나를 보여주기가 쉬워지는 것 같다. 오죽하면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남자 배우들 이상형이 전부 다 바뀌었을까. 하하하.
개태와 미경의 관계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 저는 파트너, 조력자의 이미지가 더 강하길 바랐다. 연인이나 모자지간 같은 분위기는 알 듯, 모를 듯 풍겼으면 했고. 사람 관계라는 게 딱 정의 내릴 수 없듯이. 내 생각에는 애인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미경은 모성애로 만나겠지만 개태는 애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품었을 것 같다.
‘범죄의 여왕’이 조복래의 필모에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나?
-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 나도, 관객에게도. 그래서 영화를 생각하면 ‘신선하고 재기발랄했었지.’ 하고 절로 웃음이 나도록. 나보다 먼저, 영화가 떠올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