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폭염에 추석 물가는 '비상'

2016-08-23 15:06
폭염ㆍ가뭄으로 농축수산물 공급부족 심각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세종특별자치시에 사는 주부 박 모씨(43)는 "요즘 뉴스를 보면 '저물가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 등의 말들을 많이 하는데 막상 마트에 가면 장보기가 겁날 정도다. 반찬거리와 가족이 먹을 과일, 아이들 간식만 사도 10만원은 우습게 넘어간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다음 달 상순에는 얼마나 비싸질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도대체 뭐가 저물가고 뭐가 디플레이션인지 이해가 안 갈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경제가 장기화된 저물가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딴 세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민족 대명절인 추석(9월15일)을 앞두고 유례없는 폭염으로 차례상에 올라갈 고기, 과일, 채소류 등의 가격이 크게 올라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무더위에 가축과 물고기가 폐사하고 과일과 채소가 말라 죽는 등 일부 성수품 가격의 경우 지난해보다 25%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서민이 느낄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쳐 0.6%를 기록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0%대로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는 저물가를 체감하기는커녕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올랐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축수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 부족이 일어난 탓이다.

23일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에 따르면 22일 기준 시금치 1kg가격은 1만4626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58.1% 올랐다.

또한 고랭지배추의 경우 생산량이 줄면서 이달 상순 1만304원(10kg)에서 중순께 1만4082원으로 올랐고, 22일 기준 1만924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평년 가격보다 134%나 오른 것이다.

다른 채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풋고추 (100g) 가격은 1192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2.7% 급등했고 오이 10개 가격도 8921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5% 올랐다. 미나리는 14.3%, 붉은고추 11.9%, 열무도 11.3% 상승했다.

과일값도 치솟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22일 기준 후지 사과 1상자(10kg)의 가격은 3만52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4486원보다 20% 뛰었다.

배(신고)도 아직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1상자(15kg)에 2만527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721원보다 만원 가까이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도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지난 22일 거래된 한우갈비(1등급) 가격은 1kg에 5만300원으로 1년 전보다 7.8% 상승했다. 한우불고기 값은 4만4400원으로 같은 기간 19.1% 올랐다.

최근 폭염으로 잇달아 폐사하고 있는 닭고기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닭고기 가격의 경우 이달 초 2683원(kg)이었다가 지난 19일 기준 3655원으로 1000원 가까이 올랐다. 이는 평년대비 13% 정도 비싼 가격이다.

수산물 가격도 급등세다. 갈치 1마리 가격은 8448원으로 전년 대비 74.4% 뛰었다. 냉동갈치 역시 19.2% 오른 1마리에 7036원에 거래중이다.

고등어 역시 1마리당 291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 상승했다. 물오징어도 1마리에 2546원으로 134% 올랐고 김(1속) 역시 17.6% 상승했다.

또한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12일 일찍 찾아오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지난해의 경우 햇과일 출하 시기가 추석과 맞았으나 올해는 날짜를 맞추기 어려워 수요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심과 물가를 잡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에 따른 농축산물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 농산물 수급안정대책반 조기 운영을 통해 폭염에 따른 추석 물가 안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과 농업관측센터는 농작물 생육상황 모니터링 등 현장대응을 강화하고, aT와 농협은 배추·무 등 식탁물가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시장 여건에 따른 시의성 있는 수급조절을 실시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폭염 속에 추석이 다가옴에 따라 추석 성수품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조기 대책반 운영을 통해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 안정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