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환, "나와의 약속이 대통령과의 약속" 총선 개입 의혹

2016-07-19 21:46
최경환·윤상현 등 '친박 실세'에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공천개입 의혹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당시 현기환 정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 옆자리에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새누리당 내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 중진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에 이어 이번에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20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에 휩싸이면서 여권 내홍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19일 보도에서 현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1월 말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출마를 희망하던 김성회 전 의원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지역구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김 전 의원에게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저한테 얘기했던 거 하고 똑같이 얘기하라. 대표님 가는데 안 가겠다. 그러면…"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 전 수석은 김 전 의원이 '이게 VIP(대통령) 뜻이라면 따를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자 "예, 따르세요. 따르시고 '정해주시면 다른 지역으로 갑니다'라고 솔직히 까놓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현 전 수석은 또 김 전 의원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다. 제가 말씀 드릴 때 그렇게 하세요. 바로 조치하십쇼"라고 압박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현 전 수석은 김 전 의원이 서 의원의 지역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자신과 했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현 전 수석은 "저하고 약속을 하고 얘기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니에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아느냐"며 지역구를 옮기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의원이 '약속한게 뭐냐'고 묻자 "정말 이런 식으로 합니까? 서로 인간적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런식으로 합니까? 그럼 저한텐 한번 해본 소리에요"라며 "서청원 전 대표 가는 지역엔 안가겠다. 그건 약속한다. 저한테 그랬습니까? 안그랬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전 수석은 "사람이 일하다 보면 여러 차례 고비가 있고 딱 결정을 해야할 때가 있고, 판단 제대로 하시라고요. 바로 전화하세요. 오늘 바로 하세요"라고 거듭 종용했다.

김 전 의원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돌연 언성을 높이며 "정말 이런 식으로 합니까. 서로 인간적인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렇게 합니까"라고 압박했다고 이 종편은 보도했다.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친박과 청와대의 공천 개입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