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전당대회, 녹취록 파문·서청원 불출마에 판세 요동
2016-07-19 18: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친박(친박근혜)계의 꼼수가 결국 친박 좌장의 발목을 잡았다.
윤상현 의원과 최경환 의원의 지난 4·13 총선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이 기폭제가 되면서, 서청원 의원이 끝내 불출마를 택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일제히 공세 수위를 높이는 한편 후보 단일화 논의 시도가 나오면서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친박계의 '맏형'인 서 의원은 19일 입장자료를 내고 "저의 결론은 '지금은 제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는 것"이라고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달 초부터 친박계에서는 '서청원 추대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서 의원을 찾아가 읍소하며 '형님 리더십' 발휘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약 2주간의 장고(長考) 끝에 결국 당권 도전을 포기했다. 그간 친박에 대한 민심의 역풍이 부담요인이었지만, 결정적으로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이 결단을 내리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에는 윤상현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서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대통령의 뜻', '(옮기면) 도와드리겠다' 등의 발언이 있었고, 김 전 의원은 지역구를 경기 화성병으로 옮겨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5선의 정병국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들은 계파 해체를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새누리당의 계파는 친박만 있다, 당사자들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선의 김용태 의원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김희옥 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막장공천의 주역들을 당의 이름으로 검찰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표를 모을 '거물급' 후보로 서 의원을 내세우려던 친박계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전대 판세는 안갯속이다. 출사표를 던진 5선의 이주영·정병국 의원, 4선의 한선교·주호영 의원, 3선의 이정현·김용태 의원까지 6명의 후보 간 경쟁 구도가 굳어질 전망이다.
서 의원의 맞수로 비박계에서 거론되던 나경원 의원도 서 의원의 불출마에 따라 당권 도전 가능성이 다소 옅어졌다. 서 의원이 나오면 출마하겠다는 전제를 깔았던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주변분들과 의논해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전대 구도에서 앞으로의 변수는 비박계 후보 단일화다.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원조 소장파 인사들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여기서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단일화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세 분은 늘상 수시로 만나는 분들이고 늘 대화하는 분들"이라며 "그날도 그 일환으로 모임을 했는데 김용태 의원이 출마했으니 취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됐고, 생각이 같은 방향이라면 같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요구나 결단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서 의원의 불출마로 동력을 잃은 친박계는 우선 녹취록을 두고 비박계의 공세 차단에 나선 상황이다. 이우현 의원은 이날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나가려고 하니까 옆 지역의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양해를 구한 거다"라며 "(김 전 의원은) 경선에서 졌으면 승복해야지, 남자의 세계에서 인간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