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사람들은 유승호(23)를 좋아한다. 반듯하고, 잘 자란 동생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언제나 그의 태도나 면면을 살피곤 한다. 이는 켄터키 치킨을 부르짖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봐 왔다는 일종의 자부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년은 대중들의 기대만큼 반듯하고 정갈하게 성장했고, 유승호 역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유승호는 늘 어떤 짐작, 어떤 편견과 싸우고 있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에 목마른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일 거다.

7월 6일 개봉할 영화 ‘봉이 김선달’(감독 박대민·제작 ㈜엠픽처스 SNK 픽처스·제공 배급 CJ 엔터테인먼트)은 그런 이유에서 유승호에게 새로운 면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임금도 속여먹고, 주인 없는 대동강도 팔아 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극을 통해 유승호는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고,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찾아갔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에 매력을 느꼈어요. 처음이었죠. 촬영하면서도 정말 즐거웠어요. 상대 배우나 스태프들이 많이 웃어줄수록 힘이 나더라고요. 시사회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관객들의 웃음이 들리면 그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여러모로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군 제대 후, 연예계로 돌아온 유승호는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영화는 모두 사극이었으며 밝고 유쾌한 캐릭터였고, 드라마는 무겁고 처절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에 “영화는 밝게, 드라마는 무겁게 가는 것 같다”고 하니 그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며 웃었다.

“항상 드라마는 조금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만 하게 되었네요.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네요. 하하하. ‘봉이 김선달’의 경우에는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더불어 부담과 두려움이 컸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매력적이고 재밌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경험이었죠.”

그는 사극인 ‘조선마술사’의 환희와 ‘봉이 김선달’에 대해서는 확실히 구분 지으며 “멜로와 코미디”라고 정리했다.

“‘조선마술사’의 경우에는 남녀의 사랑 속에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다루다 보니 밝고 유쾌한, 흐뭇한 웃음이었다면 ‘봉이 김선달’은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망가질 수 있던 작품이었어요.”

그의 말마따나 김선달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자유분방하고, 또 능청스러운 인물이다. ‘캐치미이프유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모델로 만들어진 인물인 만큼 그 리듬감이나 유쾌함은 예상을 넘나든다.

“디카프리오는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더라고요. ‘캐치미이프유캔’이야 말로 여심저격인 작품이죠. 김선달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디카프리오를 참고한 건 윙크 같은 제스쳐였어요. 능수능란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이요.”

김선달은 “뻔뻔하고 능청스러워야 그 매력이 살기 때문”에 아무리 멋쩍고 민망하더라도 참고 이겨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부끄러우면 보는 이들도 부끄러울 것”이라는 마음가짐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서 더 젊고, 유쾌해졌으면 하고 바랐어요. 기존 김선달에 대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젊고 트렌디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죠. 영화 자체가 밝고 통통 튀니까 그런 김선달스러운 자신감과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유쾌하거나 혹은 처절하거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반대의 작품을 연기해온 유승호는 “아직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무거운 작품들이 경험이 더 많기에 공감하기가 용이하다”라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연기해봤지만, 로맨스에는 공감이 잘 안 가요. 제겐 굉장히 어려운 장르에요.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이 대체로 무거운 분위기에 어두운 사연을 가져서 그런가. 오히려 무거운 장르가 더 편하더라고요. 하하하. 멜로는 아직 어려워요.”

멜로의 눈을 가진, 누나들의 로망 유승호가 “로맨스가 어렵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팬들은 유승호의 멜로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하고 볼멘소리를 해봤다.

“할 수는 있어요. 기다려 주시는 것도 알고 저도 로맨스 작품들을 찍을 수 있지만 제가 걱정하는 건 공감에 대한 부분이에요.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야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할 텐데. 조금, 많이, 어려워요. 하하하. 그래서 그런가? 선배님들은 ‘연애를 해봐야한다’고 하세요. 그래야 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성숙해질 거라고요. 하지만 사실 이쪽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무나 편하게 만날 수는 없잖아요.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애초에 하지 말자는 주의거든요. 그래서 이성에 대해서도 조금 멀리하는 편이에요.”
인터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유승호의 삶은 ‘연기’로 빼곡하다는 점이었다. “취미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없다”는 그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음주도 가무도 삼간다”고 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관심과 시선에 대해서는 더는 스트레스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마음속에 쌓인 것은 연기로서 풀어가고” 있었다.

“연기가 좋아요. 군대에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이것저것하고 싶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제가 실수한 부분인 것 같아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작년에만 4 작품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젠 천천히 가려고 해요. 대중들에게 잔잔히, 천천히 다가가려고요. 편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송강호 선배님처럼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