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밀은 없다' 손예진의 두 번째 터닝 포인트
2016-06-24 07:00
손예진(35)은 배우였고 그 좁은 공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믿음직하고 안전한 ‘청순’을 벗어던지고 코믹하고 섹시한 작품(‘작업의 정석’)에 도전했다. 발칙한 선수 지원을 통해 변신에 성공한 그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고, 더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두 번째. 손예진은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서슬퍼런 검은 눈을 가진, 딸을 찾아 헤매는 여자. 더 이상 그를 얽매는 건 아무것도 없다.
6월 23일 개봉한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제작 영화사 거미 필름트레인·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국회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분)에게 닥친, 선거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이번 작품에서 손예진은 딸을 찾아 헤매는 엄마 연홍을 맡아 열연했다.
손예진의 말마따나 연홍은 기존의 그에게는 찾아볼 수 없던 인물이다. 딸을 찾기 위해 사건에 집착하고 광기를 드러내는 모습은 청순과도 섹시와도 거리가 멀었으니까. 하지만 그 낯선 얼굴을 보는 것은 그리 불편한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을 안내받은 기분과도 같았다.
“모니터를 처음 봤을 땐 제 얼굴이 너무 낯설더라고요. 하하하. 이성적이지 않은 날것 그대로를 보여줘야 하는데 관객들에게 낯설 수 있잖아요. 제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을 텐데…. 피폐해지고 과격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으니까요. 그런 것에서 어떻게 봐주실까, 실망하시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지점은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배우고 느꼈던 과정, 성취감 등이 있어서 관객들도 새로운 모습을 봐주길 바랄 뿐이에요.”
캐릭터의 광기 어린 부분 말고도 여배우라면 한 가지 걸리는 설정이 있다. 바로 한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다. 거기다 연홍의 딸 민진은 중학생이니. 다 큰 딸을 둔 엄마라는 설정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중학생 딸을 둔 엄마? 거기에 모성이 점점 강해지며 미쳐가는 모습과 격한 표현들이 그냥 이미지로만 봤을 때 (제가) 꺼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게 그런 이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제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였고 사실 보지도 못했거든요. 그 독특함이 끌렸고 아이의 엄마가 느끼는 애환, 모성애를 다룬 작품이 아녀서 끌렸어요. 우리가 보통 생각할 수 있는 모성을 다룬 작품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진에게도 연홍을 받아들이는 시간은 필요했다.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이상하도록 빠져드는 구간이 있었다.
“만날, 스스로 싸워야 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지? 왜 여기서는 이렇게 하지? 왜 이러지? 접근해나가는 게 점차적이고 호흡하는 방식은 아니었어요. 저 스스로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느냐를 두고 싸워왔는데 연홍에게 빠져들면서 그의 방식에 이해가 갔어요. 더한 것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님이 원한 연홍도 이에 근접했어요.”
낯설고도 친근하다. 손예진 뿐만이 아니라 그의 파트너 김주혁도 마찬가지다. 줄곧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김주혁 역시 냉철한 국회의원으로 변신,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주혁오빠는 이 작품으로 연기적인 변신을 해낸 것 같아요. 솔직히 종찬 역이 이성적이고 날카로운데 주혁오빠가 어울릴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또 다른 모습을 봤어요. 자기는 스스로 차갑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하하하.”
거리낌 없는 말들은 두 사람의 친분을 가늠케 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8년 만에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어김없이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했고 위험한(?) 케미스트리를 발하기도 했다.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예전부터 저는 연기할 때 누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면 주혁 오빠를 꼽았거든요. 뭔가 맞추려고 안 해도 잘 맞는 느낌이 들어요. ‘아내가 결혼했다’와는 달리 처음부터 부부인 역할들이잖아요. 거기에 완전히 다른 장르, 다른 옷인데도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오빠와의 친분이 역할에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새로운 이미지, 장르, 캐릭터에 도전해온 손예진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고 털어놨다.
“대본도 보고 있는데 시기적으로 잘 안 맞았어요. 요즘은 사전제작으로 촬영에도 여유가 생겼잖아요. 이전에는 늘 밤샘만 하곤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지점이 생긴 것 같아요. 의향도 있고요. 요즘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고 있어요. 되게 공감이 가고 귀엽고 슬퍼요. 선생님들의 ‘웃픈’ 연기가요. 제가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또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들이 즐겁고 또 좋게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