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국방부가 불성실한 군의관을 선정, 격오지 부대로 재배치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근무 태도가 불량한 군의관을 격오지 부대로 보낼 경우 유사시 피해 확대, 기존 부대원들의 반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방부는 30일 인사관리 훈령을 개정하고, 불친절·불성실 군의관들을 비선호 근무지로 배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군의관 인사·관리’ 조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진료 친절도 평가결과 하위 5%, 불친절 민원 3회 이상, 의무기록 불성실 작성 등으로 적발된 군의관이 주요 대상이다. 징계를 받거나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들도 불성실 군의관에 포함된다. 이들은 보직조정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근무지 재배치가 이뤄지며, 각 군 참모총장이 근무지를 최종 결정한다.

이번 조치는 군의관들의 성실 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 측은 설명했다. 중위나 대위로 임관해 36개월 간 복무하는 군의관들은 통상 임관 직후 1년~1년 6개월 정도 일선 야전 부대에서 근무한 뒤 남은 기간은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도시 인근의 군 병원으로 옮겨 근무한다. 이때 제대가 임박한 일부 군의관들이 민간병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시간떼우기’식 근무를 하는 등 기강이 해이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은 복무 기간과 관계없이 언제라도 비선호 근무지로 전보될 수 있기 때문에 전역할 때까지 성실한 근무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군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불성실 군의관들을 비선호지역으로 보낼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의 충돌로 긴박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최전방이나 서북 도서 등 격오지 부대가 비선호 근무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성실한 군의관이 배치될 경우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해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격오지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부대원들이 자신들의 근무지를 마치 귀향지처럼 여기게 돼 사기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격오지로 보내지는 불성실 군의관들이 불만을 품고 더 나태하고 불량한 근무 태도를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일부 군의관들이 근무 기간 마지막까지 성실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우려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선호 근무지 선정에 대해서도 “비선호 지역이 반드시 격오지 부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군의관 개인 입장에서 현재 근무하는 곳보다 비선호하는 지역을 의미한다”며 “절차상 근무지 변경은 각 군 심의위원회를 거치기 때문에 다른 문제도 고려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