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지 일주일만인 2일 다시 호남을 찾았다. 김 대표는 이날 "다수의 대선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야권 내 대선 새판 짜기를 주도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민주가 전북 유권자의 사랑을 다시 찾으려면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주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야권 내 대선 주자 그룹에서 선두를 달리는 '영남 출신'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선을 긋고 호남 출신 대권 주자를 키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반문(반문재인)정서 달래기에 나서는 동시에 정권 교체의 열망이 강한 호남 민심을 자극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앞서 지난 3월 광주·전남을 방문해 "총선이 끝나면 여야의 대권 후보가 여기저기서 나올 것"이라며 "호남인들의 소망을 더민주와 제가 완벽하게 대변해드리겠다"고 '호남 대망론'에 불을 지핀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김 대표는 또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제1당에 올라섰다. 그러나 전북에서는 2석에 그치는 패배를 했다"며 "그동안 전북의 지지에만 오랫동안 너무 안주해왔던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추미애 의원이 (1일 기자회견에서) 호남 패배를 가져온 현 비대위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호남 포기'라고 주장했다"는 질문을 받고 "비대위 체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그럼 비대위 체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을 것이냐"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당이 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찰나에 당을 구출해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차지했으면 그것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지, 패배하지도 않고서 선거결과를 갖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라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비례대표 '셀프 공천' 파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노욕(老慾)'이라고 한다"는 지적에는 "그게 그렇게 중요 선거 요인이었다면 더민주가 어떻게 1당의 자리에 올랐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금 호남 참패를 갖고 당의 몇몇 분들이 구실을 찾다보니 그런 이야길 하는건데, 당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솔직히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