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참패…박근혜정부 국정 '빨간불'·박근혜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될 듯

2016-04-14 12:16
4대 구조개혁·경제활성화 등 핵심국정과제 급제동 불가피…노동입법 등 쟁점 법안 처리도 난항
당청관계 무게추 당쪽으로 쏠릴 듯…'여소야대' 상황에서 대야 관계 재설정도 불가피

[사진=리얼미터 제공]



아주경제 주진 기자= 새누리당의 참패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 상실과 함께 1년 반 임기를 남겨둔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참패는 야권 지지자들의 이반은 물론 소통을 외면한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과 '공천 파동' 등으로 상징된 여당의 '오만'에 여당 지지층들마저도 고개를 돌리게 함으로써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제기해온 ‘야권 심판론’이 오히려 박 대통령과 여당에 ‘정권 심판론’의 부메랑으로 돌아와 꽂혔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국정 쇄신과 박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심은 야당이 내세운 ‘경제심판론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온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핵심국정과제는 줄줄이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곧바로 노동개혁 4법과 경제활성화 입법을 처리하겠다던 청와대의 계획은 난항에 부딪히게 됐다.

또 경제민주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본위안부 문제 합의, 테러방지법 개정안, 노동개혁안,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 등 여야 간 이견이 컸던 주요 이슈들이 의회권력을 탈환한 야권에 의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을 최대한 활용해 여권의 정책을 저지하는 것은 물론,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20대 총선이 불과 1년 반 남은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총선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계도 급격히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진실한 사람 심기’로 공천 칼자루를 휘둘렀던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막장 공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선 총선 기간 내내 불거졌던 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과 선거 막판 시도했던 ‘북풍’이 오히려 수도권에서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일부 진박만이 살아남은 데 반해 오히려 김부겸 더민주 후보 등 정통야당 인사가 2명이나 당선되는 등 민심 이반이 심각하고, 부산·경남에서도 더민주 후보들이 사상 유례 없이 약진한 것도 박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 대선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독자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야권 잠룡들이 대거 20대 국회로 입성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 등 인적 쇄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기존 스타일상 리더십의 변화나 물갈이 쇄신 없이 자신의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청와대는 13일 밤 개표 결과로 새누리당 참패가 확실해지자 무거운 침묵을 지켰고, 14일 오전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하다가 고작 대변인 브리핑으로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 이런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짧고도 무미건조한 논평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인사파동,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란 등 악재로 최대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도 절대 굴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여당 참패라는 싸늘한 민심의 회초리를 또다시 '누구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떻게 대야 관계를 다시 설정할 것인가, 또 독선과 아집·불통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앞으로 남은 22개월 임기 동안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