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험난한 새누리의 앞날, 대선까지 '빨간불'
2016-04-14 05: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공천파동은 총선 내내 새누리당이 그 어떤 이슈도 선점하지 못한 채, 시작과 끝을 '사죄'로 마무리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상대 계파를 쳐냈던 칼 끝은 결국 자신을 향했다. 차갑게 식은 표심은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격인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당장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선 빨간불이 켜졌다.
급기야 김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며 부산으로 가는 '옥새 투쟁'을 벌였고, 후보자 등록 마감일에야 급하게 사태를 수습했다. 처음으로 무공천 지역까지 만들어 몇 달동안 선거를 준비해왔던 3명의 후보자가 본선에서 뛰어보지도 못한 채, 출마의 꿈을 접어야 했다.
과반의석 확보 실패는 결국 유난스러웠던 공천파동으로 고정 지지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운동 중에서도 당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텃밭이라 불렸던 대구와 부산에서 야당 및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 사례가 쏟아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상파 방송사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대한민국에 찾아오고 있는 안보와 경제 위기를 잘 해결하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 과반 의석을 국민들께 호소드렸는데 안 돼서 아쉽다"며 "저희들 잘못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총선 직후 승패와 관계없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 대표 역시 공천 파동의 주역으로 일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새롭게 구성되는 당 지도부는 식어버린 민심 회복과 함께 거대해진 야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줄 경우, 대선 준비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내부 악재 수습에 골몰한 나머지, 정책은 오간 데 없고 사죄와 읍소로 선거를 치러 유권자로 하여금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 분위기를 키웠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