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 세계 3강구도 붕괴…日에 3위 자리 내줘

2016-03-20 13:58

글로벌 조선업체 2월 말 수주잔량 비교 표[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세계 조선 시장에서 일본 조선사에 3위 자리를 내주면서 그동안 지켜오던 ‘3강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이들 3사가 총 8조여원의 적자로 허덕이는 사이에 일본 조선소가 세계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여기에 중국 조선소들이 전 세계 10위권에 대거 포진하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어 글로벌 조선시장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20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그룹은 지난 2월 말 수주 잔량이 각각 882만5000CGT(표준화물 환산톤수)과 844만CGT로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수주 잔량은 수주를 받아놓은 일감을 뜻하며, 조선업계에서 수주 잔량을 기준으로 조선소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동안 3위를 지켜온 삼성중공업그룹은 이번에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그룹에 자리를 내줬다. 이마바리 조선은 수주 잔량 696만4000CGT로 4위 삼성중공업(508만1000CGT)을 앞질렀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가 전 세계 조선 시장을 주름잡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3사가 약 8조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사이 일본 조선소가 세계 3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악재 등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일본 업체들이 수주를 쓸어 담으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국내 대형 3사는 전세계 수주 시장의 70%를 장악했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40%, 한국과 일본이 각각 30% 정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도 안 됐던 일본이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보강한 뒤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클락슨은 이번 평가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조선 상황을 우려하며 "한국의 조선 3사가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으며 성동조선 또한 막대한 손실을 내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중국 조선소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안정적인 수주를 받으면서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어 일본 이마바리 조선처럼 조선 빅3 진입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2월 말 수주잔량 기준 5위는 양쯔쟝 홀딩스(331만1000CGT)였고 7위는 상하이 와이가오치아오(283만9000CGT), 9위는 후둥 중화(260만8000CGT)였다.

반면 한국 조선 3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 중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6위(297만9000CGT), STX조선이 8위(261만2000CGT)로 10위권에 포진했지만 조선 수주에서 계속 밀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