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 ISA의 그림자-2]의무 가입기간 족쇄… 중산층 재산불리기는 공염불
2016-03-14 17:45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정책 목표가 공염불로 그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산층의 실제 사정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상품을 출시하는 것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본격 출시된 ISA의 대표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의무가입 기간이 꼽히고 있다.
ISA는 계좌에 담은 금융상품의 순이익을 기준으로 소득에 따라 200만~25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기존 이자소득세 15.4%가 아닌 9.9%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이러한 절세 혜택이 ISA의 최대 장점이다.
문제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3년간 의무적으로 계좌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ISA 계좌에 대해 5년간의 의무가입 기간을 뒀다. 연간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는 의무가입 기간이 3년이다.
다만 의무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할 경우 혜택 받은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만 한다.
예를 들어 2년간 2000만원을 투자해 수익률 5%를 기록했을 경우 100만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이는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이자소득세로 15만4000원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의무가입 기간 이내에 해지할 경우 15만원을 다시 물어내야 한다. 그동안 나갔던 수수료까지 더하면 손실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같은 의무가입 기간이 중산층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목돈 마련을 위한 제한이라고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한 중산층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시중은행 관계자조차 "중산층 가운데 실제로 몇 천만원의 목돈을 3년씩 묵혀둘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반문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KB금융지주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금융소비자의 중도해지·환매 행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소득 2000만~6000만원의 중소득층이 예·적금을 중도해지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의 경우 연소득 2000만~6000만원이 46.5%, 적금은 48.7%으로 2명 중 1명 꼴로 예·적금을 중도해지하는 실정이다.
중요 해지 이유는 목돈 및 생활비가 필요한 경우가 절반 이상으로 조사됐다. 중도해지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 돈을 생활자금, 교육비, 부채 상환 등에 사용한 것이다.
특히 만기를 2년 이하로 남기고 해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금융상품을 3년 이상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증산층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한편, 한국형 ISA가 의무가입 기간을 지정한 것과 달리 먼저 상품을 도입한 영국과 일본은 의무가입 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연간 납입한도가 한국이 연 2000만원으로 영국(1만5240파운드), 일본(100만엔)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영국과 일본이 납입한도 전체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데 반해 한국은 일정 소득액에 대해서만 혜택이 주어진다.
상황이 이렇자 ISA가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돕는 상품이 아니라 되레 고소득층만을 위한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ISA는 의무가입 기간이 3~5년으로 일부 인출이 불가능하고 중도해지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여유자금으로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세후수익률과 수수료 등을 꼼꼼히 비교해 실익이 되는 상품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