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후폭풍] "전세난 심화에 중동 등 해외수주 타격"… 건설업계 직격탄

2015-12-17 17:00
부동산 구매·투자심리 위축 우려...유가 하락에 중동 발주물량도 감소 예상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미국이 2006년 이후 9년 만에 단행한 금리 인상으로 국내 부동산시장과 해외 건설시장이 모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내적으로는 중도금 금리 인상 부담과 함께 전세난이 심화되고, 대외적으로는 저유가 고착화로 중동시장 발주가 감소해 수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기준금리를 기존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와 시중은행 금리도 덩달아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등 부동산 구매자들 대부분이 대출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호황을 맞은 국내 부동산 경기를 지탱한 것은 '저금리 기조'였다"며 "그러나 국내 금리도 올릴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된 만큼 부동산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초부터 여신심사 강화 등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부동산시장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특히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주택 거래가 위축되면 세입자는 자연스럽게 전세에 머무르게 되고, 이는 전세 품귀 상황에서 전세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가 서울지역만 6만가구에 이르는 등의 문제도 겹쳤다.

다만 주택 가격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높은 전세가격에 주택 구매로 전환하는 수요는 내년에도 존재할 것"이라며 "당장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보다 정체되는 양상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가계부채 관리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중도금 등 집단대출도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신규분양 계약자들의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변동금리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나 고액자산가, 빚을 내 집을 산 자들이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6월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따르면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충격을 가정해 가계 부문 부실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위험부채) 비율이 19.3%에서 32.3%로 13.0%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오래전부터 기정사실였고 시기의 문제였기에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예견된 일이었고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가 상승기조였기 때문에 시장에는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수요가 다소 위축되겠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 건설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미 저유가로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의 신규 발주가 감소하는 가운데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83달러(-4.39%) 하락한 배럴당 35.52달러를 기록했다. ICE 유럽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1월 인도분도 1.26달러(-2.9%) 하락했다.

아울러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동안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등의 지역에서도 수주 피해가 예상된다. 신흥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예산 산정에 더 큰 재정이 투입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정수지 악화로 신흥국 발주물량이 축소될 수 있어 내년 해외 건설시장은 고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