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주년]“남북통일은 숙원, 반드시 이뤄내야”
2015-11-23 12:18
아산과의 가상 인터뷰 (9)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1월 25일은 아산(峨山)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 기업가 정신의 최정점에 있는 그가 현역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경제가 고도의 성장을 거듭했다. 축복된 자리이지만 2015년 한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기업가 정신마저도 쇠퇴해 버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아산이 살아 있다면, 지금의 현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 남한과 북한은 6·25 전쟁이라는 비극 이후에도 끊임없이 대결과 긴장 관계를 지속해왔다. 때로는 화해 무드가 조성되다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일들을 반복해왔다. 최근 들어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돼 금강산 관광이 7년째 중단된 상황이며, 개성공단도 위기를 겪었다. 대북사업을 추진한 저로서는 매우 안타깝다.
물론 저도 처음 북한에 갔을 때에는 불안과 긴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저 자신이 6·25를 겪었다.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그 이후 오랜 세월을 적대관계로 지내온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북한도 한민족이다. 그동안 한쪽은 자유주의체제를, 한쪽은 공산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잘 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는 누구도 전쟁으로 한반도가 초토화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 모두가 화합하고 잘 살기를 원한다.
나라의 법은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민족적 숙원인 남북통일이라는 진로에 결정적 장애가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뛰어넘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데올로기든 실정법이든 어디까지나 한 시대의 사상가나 정치 세력이 만들어낸 것이고 이해집단의 의지에 의해, 그리고 시대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서 변화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민족 통일이라는 대역사가 이러한 것들에 의해 방해받기엔 너무나 절실하고 지고하며 영속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시비에 대한 평가를 최종적으로 후대와 역사에 맡기는 한이 있더라도 통일을 먼저 이뤄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에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전부는 동맹 관계인 미국 그리고 이웃나라인 일본의 입장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얼어붙을수록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제일 먼저 남북의 통로를 만들고, 거기에 사회, 문화 등이 뒤따라가고, 맨 나중에 정치적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인이 앞장서서 북한과의 관계를 만들고, 북한의 경제를 평화롭게 발전시키기 위해서 과감한 투자와 합작사업을 펼침으로써 남북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측에서도 정부와의 관계는 단절된 상태에서도 기업인의 방북은 거의 막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이 와도 남북을 잇는 마지막 끈으로서 기업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또한 오랜 세월을 공산주의체제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북한이 자본주의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경제를 부흥시키고 개방의 길로 나아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도 기업인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북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은 예측하기가 무척이나 힘든 곳이다. 어제의 화해 무드를 오늘 무너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우리 기업인들은 맨주먹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뚫고 오늘의 한국 경제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북한이라고 해서 절대로 불가능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개방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정부는 물론 기업인들도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통일이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저는 우리 한국인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역사로 보나 문화로 보나 우리민족보다 훌륭한 민족은 없다. 노력만 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은 시일 안에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모범 국가가 될 수 있다.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의 노력으로 머지않은 시일 안에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 경제를 부흥시키는 데 기업인들이 세계를 누비면서 앞장섰듯이 통일한국의 미래를 이끄는 일에도 기업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2011),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웅진씽크빅 / 박정웅(2015), ‘이봐, 해봤어?: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 FKI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