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치는' 철강가에 中기업 돌파구 마련...한국시장 잠식 우려 고조
2015-09-17 14:53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철강시장의 과잉공급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에서 '배추 값'으로 불리는 철강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심각한 '철강위기'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은 사업모델 전환, 기업간 합종연횡, 제품가격 조정 등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 노력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기식 덤핑 수출을 지속하고 있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업체들은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강철공업협회(CISA)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철강종합가격지수(CSPI)는 63.36포인트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7.27포인트(30.09%) 하락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63포인트(1.00%) 상승해 5개월만에 반등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철강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경제를 둘러싼 하방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철강가격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중국제조업 침체와 철강기업의 재정악화 등으로 중국내 대규모 철강 생산중단, 철광석 수요 감소 등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동종 기업과의 연합전선 구축, 전자상거래 플랫폼 마련을 통한 사업모델 전환 등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과 전통사업의 결합을 일컫는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기반으로 최근 중국에서는 철강 전자상거래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중국에 생겨난 철강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2만700개로 이 기간 철강재 거래 규모는 1417만t에 달했다. 여기서 팔려나간 철강재 소비량은 같은 기간 중국 철강 기업 전체 판매액의 10.6%를 차지한다.
충칭철강(重慶鋼鐵)은 최근 50억 위안(한화 91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적자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이 중 18억 6000만 위안은 포스코와 공동 추진하는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분야에, 나머지는 부채 상환에 쓰일 계획이다.
특히, 중국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상품 가격을 하향조정해 저가 철강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바오강은 10월 판매대책을 발표하면서 탄소강 철판과 열연강판 등 일부 주류 품목의 가격을 t당 100~200위안씩 내렸다. 바오강의 자회사인 메이강(梅鋼)그룹 또한 자동차에 쓰이는 열연강판의 가격을 톤당 100위안, 산세강판의 가격을 t당 100~200위안씩 내렸다. 우한강철 또한 아연도금강판과 산세강판의 가격을 하향조정했다.
중국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 속에 중국산 저가 철강의 유입에 따른 한국 철강시장의 위기 또한 심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철강재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13.8% 늘어난 198만8000t을 기록했으며, 그 중 중국산 철강재는 129만2000t에 달해 지난해보다 26.7%나 급증했다.
국내 철강업계들은 중국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등 철강업계 경영진은 최근 비공개회의를 열어 중국산 철강 수입을 막기 위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생존의 문제가 달린 만큼 중국 업계의 전행을 막을 수 있는 묘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국내 수요산업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산 철강재 사용을 늘려주길 바라지만 워낙 가격차가 크다 보니 강요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