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기자의 부동산 인더스토리]행복주택이 행복하지 않은 3류 국민
2015-08-12 17:24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행복주택 시범사업이 삐걱거린다. 서울 내 오류·가좌·고잔·공릉·송파·잠실·목동 등 7개 지구 중 목동지구가 취소됐다. 이어 송파·잠실·공릉 지구에 대해 해당 구청이 곧 취소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유는 주민반대다. 목동지구가 거센 주민반대로 최근 지구지정이 해제됐고, 송파·잠실 지구도 거센 주민 반대로 사실상 구유지에 계획했던 시범사업은 무산 위기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국토교통부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사업승인이 난 공릉지구는 예정대로 연말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공릉지구의 경우 국유지인 철도 폐선 부지에 100가구를 짓는 것이어서 지역주민이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당초 시범사업지구로 예정됐던 탄천 유수지 사업은 주민 반대로 답보상태다. 협의를 계속한다고 하지만 원론적인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송파구청은 조만간 취소 요구를 할 방침이다.
7개 시범사업지구 중 이미 취소된 목동과 송파·잠실까지 3개 지구가 사실상 무산됐다. 공릉지구의 경우 주민들이 무력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비교적 자유로운 박근혜 대통령은 해당 장관에게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할 것이다. 임명직인 장관은 이런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으니 행복주택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어느정도 해법을 찾았다. 구유지가 아닌 국유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행복주택을 짓는 게 가능한 국유지의 범위를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에서 모든 국유지로 넓혔다. 지자체가 행복주택 사업을 제안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현실적인 해법이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의 ‘주거복지’를 위한 값싼 ‘임대주택’이다.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눈에는 주거복지보다는 임대주택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부동산 가격의 등락으로 부의 지도가 바뀌는 2000년대 초반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임대주택은 곧 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행복주택은 지역 주민에겐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주거복지 정책이다.
공익을 명분으로 존립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행복주택으로 인해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중 어느 쪽이 큰지를 계산해야 한다. 행복의 크기를 계량화하기 힘든 한계 상황에서 정부는 절대다수의 절대행복이란 밴덤의 공리주의에 현실적으로 기댈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머릿수를 세는 것이다.
행복주택 입주민들이야 지역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행복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불행이다. 정부가 계획한 행복주택이 14만가구고 이들 가구 평균 식구를 2명(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크게 잡은 셈이다)으로 계산하면 최대 28만명의 행복을 보장하는 주거정책이다. 인근 주민수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100%다.
구조적으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정부의 의지와 세련된 행정기술이 관건이다.
한 꺼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임대주택으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결국 임대주택을 혐오하는 지역주민의 정서가 원인이다. 임대주택을 기피해 그 주변의 집을 사지 않게 돼 결국 수요가 줄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다. 집 한 채가 거의 전재산인 중산층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원인이 집살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거 취약계층과 섞여 살아가는 게 싫어서라면 미숙한 국민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사회생활의 출발선상에선 사람들이지 무능한 사람들은 결코 아니다. 잠재력이 있는 현재 주거 취약계층과 함께하는 소셜믹스가 행복을 저해하는 원인이란 근거, 다시 말해 행복주택이 혐오시설이란 연결고리는 이성적인 범주 내에서는 찾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