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명품업계 'VIP'에서 '계륵'으로 주저앉나

2015-08-06 15:17
태그호이어 홍콩 매장 폐업 결정...중국 명품매장 급감 中

중국 경기둔화에 명품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월 구찌는 중국인 소비 유도를 위해 50% 파격 할인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난 5월 상하이 구찌매장 앞에 줄을 선 중국인들의 모습. [사진=중국신문사]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세계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며 명품업계 상승세를 이끌었던 중국이 이제는 버릴 수도 완전히 가질 수도 없는 '골칫거리'로 변하고 있다.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홍콩을 비롯해 중국 대륙 전체로 시장을 확대하던 글로벌 명품브랜드들이 속속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5일 전했다. 최근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던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명품시계 브랜드, 태그 호이어 홍콩 매장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이는 반부패, 반중정서의 영향으로 홍콩을 찾는 중국인 유커(관광객)의 발길은 뜸해지고 임대료 등 매장 운영비는 치솟은 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최근 이렇게 중국 시장에서의 기대이하의 실적에 떠밀려 폐점되는 명품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내 총 49개씩이던 프라다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 수는 올 1분기 각각 33곳, 44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22곳이었던 샤넬매장은 올 1분기 절반이 줄어든 11곳에 그쳤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과 함께 돈 있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중국인 주도의 명품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기 하방압력이 뚜렷해지고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사치근절, 부패척결'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명품업계에 한파가 몰아닥친 것이다. 중국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대비 1%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점포를 확대했던 명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무작정 손님이 늘어나길 기다리기는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프라다는 지난 2~4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44%나 급감했다. 그 '원흉'으로 중국 중심의 아시아·태평양시장의 매출 급감이 지목됐다. 

최근 명품업계는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다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났고 중국인 유커의 일본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다. 

'달콤한 유혹'에 무작정 중국 시장에 진출, 사업을 확대했다가 '쓴 맛'을 보고 있는 것은 명품브랜드 뿐이 아니다.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 역시 중국 시장 변화에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푸조,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올해 매출 증가율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면서 그 이유로 '중국'을 들었다. KFC, 타코벨, 피자헛 등을 보유한 글로벌 요식업체 얌브랜즈는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무려 10% 급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