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유승민 결국 사퇴…당청관계 정상화될까

2015-07-08 15:25
청와대, "헌법 가치 지키고 싶었다' 유승민 사퇴회견문에 '노코멘트'

지난 2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거취 논란에 휩싸였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내표가 8일 끝내 사퇴함에 따라 향후 당청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취임 이후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선언하고 2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당청 관계는 미묘한 냉기류가 흘렀다.

유 원내대표는 이후에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도입 공론화를 주장하면서 정부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했고, 정부의 핵심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청와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처리하면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당청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급기야 청와대가 '당정협의 회의론'까지 언급하면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등 비상상황에서도 한 달 이상 당정청 수뇌부 간 대화 단절은 물론이고 정부와 새누리당 간의 공식적인 회의조차 원활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면서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달라”고 사실상 유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유 원내대표가 '자기정치'를 위해 '정치적 배신'을 감행했다는 판단을 하고 더 이상 유 원내대표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뜻을 못 박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던 유 원내대표가 결국 13일 만에 ‘의원총회 뜻을 받들어’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당청 갈등으로 인해 여당 원내대표가 중도 사퇴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된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의 변에서 ‘버티기’ 이유에 대해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그 가치는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밝힌 것은 박 대통령에게 던지는 강력한 항변으로 읽혀지는 대목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진 셈이 됐다.

청와대는 이날 유 원내대표 사퇴문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박 대통령의 '자기 정치' 발언이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여론을 불러온 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앓던 이’격인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당과 청와대는 '당청 운명공동체'를 역설하며 당분간 소통과 협의체제를 강화하는 등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서는 박근혜 정부 3년차의 국정과제를 완수할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고, 당으로서도 하루빨리 당의 내분을 추슬러 10개월가량 남은 20대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당에 대한 장악력을 회복하고, 국정추동력도 확보해 4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등 핵심개혁과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은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또 김무성-유승민 비박 당 지도부 체제가 쥐었던 주도권은 청와대로 기울면서 차기 원내 사령탑은 친박계 또는 청와대의 거부감이 적은 중도파 인사가 경선이 아닌 추대 형식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바람과는 달리 비박계가 다시 원내대표에 선출되고, 다른 당직에서도 비박계가 득세할 경우 당청관계가 계속해서 '빙하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청 갈등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더라도 결국 내년 4월 20대 총선 공천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간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청관계가 중대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총선 공천을 놓고 청와대 입김에서 벗어나려는 당 지도부와 어떤 식으로든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청와대가 맞설 경우 당청관계는 또다시 시련에 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