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무역]무협 최초 회원사 공동출자 ‘한국무역진흥공사’
2015-06-25 03:15
6.25 동란기의 무역 세태 (4)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전쟁 특수로 중석 등 광산물이 인기수출품으로 등장하고 고철수출이 활기를 띄었다. 정부 보유불 공매 등 각종 외화가 배정되어 수입무역이 성하게 되자, 무역업계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전례 없는 호경기를 맞았다.
그러나 무역업자의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혼란이 야기되는 등 부정적인 요인도 없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특정 수출입품의 경합을 피하기 위해 공동투자에 의한 종합무역상사의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경합을 피해야 될 상품으로는 중석, 홍삼, 쌀, 무연탄 등 당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이었다. 무연탄은 수출조합이 있어 공동수출을 하고 있었으나 중석, 홍삼 등은 그렇지 못하여 독점수출을 위한 정치교섭이 있는 등 뒷거래가 무성했다.
더구나 이 무렵 정부가 우리나라 중석 수출을 전담해오던 대한교역공사를 1951년 6월 30일부로 해산시키자 회원 상사의 편의를 도모할 전담기관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1952년 김훈 상공부 장관이 무역업자들의 공동출자로 회사를 설립할 것을 제의하자 한국무역협회는 회원 상사를 중심으로 특정상품의 전담수출기관인 ‘한국무역진흥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한국무역진흥주식회사는 무협이 설립한 최초의 회원사 공동 출자회사로 총 출자액은 12억5000만원이었으며, 사장에 오정수, 전무이사에 최인규가 취임했다.
특정상품 취급엔 정부의 협조가 따라야 했다. 그러나 오정수 사장은 야당계 인사라는 집권 세력층의 지목을 받아 처음부터 협조를 얻을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김훈 상공부 장관이 바뀌고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해 창구 일원화보다는 일반 무역업자들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본래의 목적인 특정상품 수출입을 수행할 수 없었다. 회사의 유지를 위해 일반수출입 무역이 부득이 했고 별다른 실적을 올릴 수 없었다.
결국 한국무역진흥주식회사는 개점휴업 상태로 자본 손실만 가져오다가 서울 수복 후 오정수 사장이 출자자들의 지분을 개인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개인회사로 면모를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