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FIFA 개혁 돕겠다”…블라터 사임 직후 FIFA 회장 출마의지 시사

2015-06-03 16:01
WSJ “미 FBI·검찰 수사 압박에 블라터 사임 결심”…주요단서 포착 가능성 제기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 [사진=아산재단]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일(현지시간) 전격 사임을 발표한 가운데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이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정 명예부회장은 이날 블래터 회장의 사임 소식에 대해 “나는 선거 전부터 블래터 회장의 사퇴를 주장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FIFA는 철저히 개혁돼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나도 돕겠다”고 말했다. 

블래터 회장은 같은 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0년간 인생과 회장직을 되새겨본 결과 내가 물러나는 게 FIFA와 축구계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라며 5선 연임에 성공한지 사흘만에 사의를 표했다. 

그동안 주변의 숱한 사퇴 요청에도 아랑곳 않던 블래터 회장이 이처럼 돌연 마음을 바꾼 배경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연방검찰의 수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BC 방송 등은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 FBI와 연방 검찰이 본격적으로 블래터 회장 수사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체포된 FIFA 간부들을 통해 블래터 회장 혐의의 주요 단서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블래터 회장은 사정의 칼날이 턱 끝까지 올라온 것을 감지하고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블래터 회장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복수의 정부 당국자를 인용, 수사당국이 블래터 회장의 혐의 포착을 위해 이미 기소된 FIFA 고위간부들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FIFA 회장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FIFA 고위 간부 9명 등 14명을 체포하고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블래터 회장은 체포 대상이나 공표된 수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이번 FIFA 비리 수사의 칼끝이 블래터 회장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미국 연방검찰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지 선정 전 FIFA 계좌로 입금된 1000만 달러(약 111억 6300만원)를 뇌물자금으로 보고 블래터 회장의 목을 조여나갔다. 해당 자금은 잭 워너 당시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 계좌로 이체됐다.

미 연방검찰은 블래터 회장의 ‘오른팔’이자 FIFA의 2인자인 발케 사무총장을 1000만 달러 뇌물 송금의 핵심자로 지목하고 블래터 회장에 대한 압박 수의를 높여 갔다고 NYT는 지난 1일 보도했다.  

차기 FIFA 회장을 뽑는 선거는 12월에 열릴 예정이다. 블래터 회장의 대표적 반대파로 꼽히는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 2011년 FIFA 부회장 5회 연임에 실패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기 FIFA 회장에 출마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