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위기 몰린 정몽규, 이제는 FIFA까지 '소환'…신문선 "마피아의 졸개" 쓴소리

2024-10-31 11:14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에 몰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이제는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발언을 언론에 직접 공개하며,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9일 경희대 서울캠퍼스 평화의전당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개최한 애뉴얼 어워즈 2023에 참석했다. 이날 정 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을 대신 취재진에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정몽규 "FIFA 인판티노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문제 이해가 안 된다'고 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FIFA에서도 보고를 많이 했는데, (인판티노 회장이)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결국에는 회장 책임이 아니냐'는 이야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판티노 회장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FIFA에서도 미디어에 나온 부분을 모니터링하는 것 같다"며 "(대한축구협회 논란을 국내에서) 너무 현미경으로 본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추천했고, 적절한 조치를 통해 임명했다"는 말로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을 다시금 내비쳤다.

이 발언은 축구 팬들의 분노만 더 키웠다. 인판티노 회장이 직접 언론 앞에 드러낸 발언도 아니고,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정 회장이 셀프 보호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여론이 악화되자 대한축구협회 측은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은 '200개가 넘는 FIFA 회원국 축구협회 대다수가 대표팀 감독을 축구협회장이 뽑는 구조라는 데 비춰 한국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최근 정 회장은 홍 감독 선임 절차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했다. 그는 4선 도전을 포기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거취 문제는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사실상 용퇴를 거부했다. 이뿐 아니라 민감한 사안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자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는 등 모르쇠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한 지난 24일 실시된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는 홍 감독 선임이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규정에 따라 열심히 잘했다"면서 "30여년 동안 대한민국 남자대표팀 감독 선임에는 항상 문제와 반대 의견이 있었다. 언제나 논란이 됐다"고 답했다. 

그야말로 '정 회장이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이 쏟아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 회장의 의중은 무엇일까. 정 회장에게 작심 발언을 날린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의 멘트가 떠올랐다. 
 
"정몽규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삶 살아와"…박문성, 작심 비판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이 국회 현안 질의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박 위원은 정 회장과 함께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현안 질의에 참석해 "(정 회장은) 대기업 가문의 자제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최고 엘리트로 살아왔다.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래서 우리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 

이어 "'왜 눈치를 보지 않지'라고 고민하니, 대한축구협회 밖의 사람들은 협회에 개입할 수 없다. 아무리 국민들과 팬들이 경기장에서 '정몽규 아웃', '홍명보 아웃'을 외쳐도 협회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라고 말할 수도 있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장을 뽑을 수 없다. 그래서 (정 회장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문제와 관련해 대중이 분노를 표출했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옳다는 식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일부 잘못은 인정하지만 홍 감독 선임 과정 자체가 무효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문선 "정몽규는 마피아의 졸개…FIFA 우산을 쓰고 있는 셈"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와우갤러리]

이에 아주경제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축구계 저명한 인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축구 해설위원이자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에서 스포츠기록분석학을 전공하는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신문선 교수는 홍 감독 선임 논란에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등 대한축구협회 잘못된 행정에 직설을 날린 바 있다. 

신 교수는 정 회장이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발언을 공개한 상황을 심각하다고 봤다. 그는 "우리가 보통 FIFA를 부를 때 '마피아'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지금 정 회장의 행위는 마피아의 졸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홍 감독 선임에 관한 공정성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는데, 정 회장은 지금 FIFA의 힘에 기대고 있다. 마치 마피아에게 손을 빌려 우산을 쓰고 있는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 정 회장은 마피아에 기대서는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중간 감사에서 홍 감독 선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마피아의 입을 빌려 '잘하고 있다',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신 교수는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의 의도는 정 회장이 해석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일 가능성이 있다. 그걸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 이미 정 회장의 동문서답, 유체 이탈 화법에 국민들은 화가 난 상태인데, 지금 와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의 주장대로 정말로 정 회장은 평생을 부족함 없이 자라온 유복한 환경 탓에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은 채 독단적인 행정을 하는 것일까. 신 교수의 말처럼 위기에 몰리자, FIFA에 기대려는 속셈이 아닌지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한축구협회 운영 논란 정몽규, 문체부 감사 최종 결과서 4선 도전 위기 맞나
29일 AFC 시상식이 열린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취재진을 만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정 회장은 마치 대한축구협회를 개인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정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일지는 몰라도, 축구 대표팀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막무가내식 행정과 비상식적인 감독 선임 절차는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정 회장이 이끄는 대한축구협회의 감사 최종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문체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자료에서 행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 나오면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 4선 도전에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