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임신 20주 이상' 낙태금지법안 통과…오바마·힐러리 반대

2015-05-15 02:36

지난 2012년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낙태 금지 법안 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듬해 7월 텍사스주 상원 의회는 임신 20주 이상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낙태옹호론자들의 시위는 더 거세졌다. [사진= 시카고 트리뷴 뉴스 영상]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미국 공화당 주도로 발의된 ‘임신 20주 이상 여성 낙태 금지’ 법안이 하원에서 13일(현지시간) 통과됐다. 만약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낙태 권리를 지지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찬성 242, 반대 184표로 의결했다. 공화당은 4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에서는 4명을 뺀 전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존 베이너(공화·플로리다) 하원의장은 본인이 형제·자매 11명과 함께 자랐다는 점을 언급한 뒤 “모든 아이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낙태 금지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낙태에 부정적인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의 표를 의식해 이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 1월 임신 20주 이상인 여성의 낙태를 금지하되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할 만한 보고서를 경찰에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내 여성의원들의 반발로 처리를 연기했다.

이번에 통과된 수정 법안에는 ‘성폭행 피해 사실 입증 보고서 경찰 제출’ 부분이 삭제되고 대신 의사의 치료와 상담을 거친 후 낙태 시술허가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행정부로 넘어오더라도 제정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법안 표결 직전 정례 브리핑에서 “성폭행 피해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공화당의 낙태 금지법은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거부권 행사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4일 트위터에 “여성의 건강문제에 대해 두 종류의 전문가가 있다. 바로 여성 자신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라며 “이는 40년 이상 지속한 진실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이라고 피력했다. ‘40년 이상 지속한 진실’은 미 연방대법원이 1973년 ‘로우 대 웨이드’ 사건에 대해 임신 후 24주(6개월)까지 낙태를 허용한 판결을 말한다.

클린턴 전 장관의 수석 정책보좌역인 마야 해리스는 별도 성명을 내고 “공화당 법안은 연방 대법원의 로우 대 웨이드 판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