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르포] ③성남 중원 “이제는 불판 갈 때” vs “야권의 자존심”

2015-04-16 00:15

14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호시장. 4월 재보선 격전지인 성남 중원은 신상진 새누리당, 정환석 새정치민주연합, 김미희 무소속(옛 통합진보당) 후보 간 3파전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최신형 기자]


아주경제 (성남 중원) 최신형 기자 = 여야는 지난 9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4·29 재·보궐선거에 돌입했다. 4·29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 광주 서을 등 4곳을 직접 찾아 현장 민심을 바탕으로 각 후보별 특징과 판세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아휴, 말도 하지 마. 지난해보다 더 불황이야. 지금 봐봐. 손님이 어디 있어. 1번이든 2번이든 그냥 장사만 잘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신흥역 중앙지하상가 상점주인 이모씨(52·여) vs “경기도에선 여기가 야권 지역이야. 서울의 관악구지. 여당 후보가 인지도가 높지만, 누가 당선될지는 모르지.”(중원구 먹자골목에서 만난 강모씨(60·남)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수정구 사이에 있는 구. 서울 잠실역의 상징인 제2 롯데월드에서 약 10km 떨어져 있는 지역. 1990년대 후반 북한 수해 동포 돕기를 위한 ‘쌀보내기운동본부’의 본거지. 중원구(中院區)다.

어떤 이들은 이 지역을 분당구와 수정구 사이에 낀 대표적인 ‘소외지역’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과거 학생운동의 한 축을 담당한 NL(민족자주파) 내 핵심 정파인 ‘경기동부연합’의 본고장이라고 항변한다.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 [사진제공=신상진 선대위]


그만큼 중원구는 ‘지역개발’에 대한 욕구와 ‘민주화운동’의 애틋함이 혼재한 곳이다. 특히나 이번 재·보선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지역 구민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듯했다.

◆“인물은 신상진” vs “1번은 아니야”

봄을 알리는 단비가 내린 14일, 신흥역 인근의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지하철역 인근 신상진 새누리당, 정환석 새정치민주연합, 김미희 무소속(옛 통합진보당) 후보의 선거 캠프가 우뚝 서 있었지만, 동서 방향으로 자리 잡은 △종합시장 △먹자골목 △중앙지하시장 등 곳곳에는 ‘불황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막 피기 시작한 벚꽃을 일시에 떨어트리는 모습은 2015년 길 잃은 중원구의 모습과 흡사했다. 중원구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인 1960∼1970년대 서울시 무허가 판자촌 주민이 ‘강제이주정책’에 의해 떠밀려 터를 잡으면서 태동했다. 그래서 경기 동부의 대표적인 ‘야도’(野都)로 불린다.

이 때문에 지역개발에 대한 욕망도 컸다. 옆 동네인 분당구와 수정구의 아파트값이 서울 강남을 능가하는 사이, 중원구는 경기 동부의 ‘외딴섬’으로 전락했다. ‘지역개발이냐, 야권의 자존심이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한번 잘 살아봐야지.” 중앙지하상가에서 만난 한정분(40대·여)씨는 4·29 재·보선 관련 질문을 던지자 이같이 말하며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씨는 “이 지역은 정말 개발이 필요해. 집값도 안 오르고 남편 연봉도 그대로이고, 아이들 학비만 오르는 것 같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남성도 “신상진 (후보가) 인지도가 있잖아. 오래 했거든, 여기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 그리고 지난번에 아깝게 떨어졌잖아. 1년짜리에 불과하지만, 여당 국회의원이 나와야지 좋지 않겠어”라고 가세했다.
 

정환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앞줄 왼쪽) [사진제공=정환석 선대위]


2030세대의 생각은 달랐다. 직장인 배형상(31·남)씨에게 중원구 4060세대의 민심을 전하자 “(신상진 후보의) 당선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라고 반론을 폈다. 재·보선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야권표 결집’이 일어난다면, 현재 신 후보에게 결집한 중도층이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안보 등 이슈 혼재…변수는 野 분열

실제로 최근 4차례(2000년∼2012년) 총선 결과를 보면, 야권이 ‘3승 1패 ’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현재 여당의 승리는 ‘뉴타운 선거 ’로 불린 2008년 총선 딱 한 번밖에 없다.

현재 야권은 총 4번의 총선에서 △16대 조성준 새천년민주당 후보 43.60% △17대 총선 이상락 열린우리당 후보 39.20% △19대 김미희 통합진보당 후보 46.80% 등의 성적을 거뒀다.

여당 후보의 득표율은 △16대 김일주 한나라당 후보 25.10% △17대 신상진 한나라당 후보 24.80% 등으로 저조하다가 신 후보가 19대 총선에서 46.10%로 선전했다. 야권연대로 나선 김 후보와의 격차는 0.7%포인트(654표)였다. 2008년 총선에선 신 후보가 인물론을 앞세워 43.00%로, 조성준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36.60%)를 제치고 승리했다.

성호시장에서 수산업을 하는 김성태(51·남)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신 후보가 아깝게 지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는 (야권이 분열돼)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희 무소속(옛 통합진보당) 후보(앞줄 가운데) [사진제공=김미희 선대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변수와 관련해선 “(여야 막론하고 다) 나쁜 놈들이지…”라며 인상을 찌푸린 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투표율이 낮아지지, 야당 후보를 뽑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모(47·여)씨도 “통진당이 북한과 연관돼 있다고 해서 없어진 게 아니냐”며 “최근 몇 달 사이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지역주민들의 최고 관심사는 ‘먹고 사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재·보선 지역이 정책·이슈·전략 없는 선거로 흐르는 것과는 달리 성남 중원은 △종북 심판 대 안보 실정 △민생 파탄 책임론 △공공산후조리원 등 보편적 복지 등의 이슈로 연일 정책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이 호남이라고 밝힌 한정애(55·여)씨는 “누굴 뽑을지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정책 때문에 야권 후보를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선교(26·남)씨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며 “1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남 중원은 ‘인물론’과 ‘야권 자존심’ 간 치열한 전투장이었다.
 

14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신흥역 인근 성호시장. 그만큼 중원구는 ‘지역개발’에 대한 욕구와 ‘민주화운동’의 애틋함이 혼재한 곳이다. 특히나 이번 재·보선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지역 구민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듯했다. [사진=최신형 기자]

 

옆 동네인 분당구와 수정구의 아파트값이 서울 강남을 능가하는 사이, 중원구는 경기 동부의 ‘외딴섬’으로 전락했다. ‘지역개발이냐, 야권의 자존심이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사진=최신형 기자]

 

14일 오후 방문한 성남 중원은 ‘인물론’과 ‘야권 자존심’ 간 치열한 전투장이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