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이슈] 재보선 이긴 한동훈…용산 '쇠고집' 꺾을 수 있나

2024-10-19 06:00
대통령실에 쇄신 요구…김건희 대외활동 중단 등
대통령실 "선거 끝나자 싸움 걸어 온다"…'불쾌감' 드러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16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군을 지켜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만난다. 재보선 승리로 기세가 오른 한 대표가 예정된 독대에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 '김건희 리스크'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최근 여러가지 쇄신 요구를 대통령실에 전하고 있다. 한 대표가 요구 중인 쇄신 사항은 크게 3가지로,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이다. 이전부터 목소리를 내왔지만, 재보선 승리 이후 특히 강경하게 주장 중이다.

한동훈 대표는 재보선 승리 직후인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처럼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아울러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의 이 같은 공개 요구를 두고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새어 나온다. 민감한 사안을 굳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을 해 왜 분란을 키우냐는 것이다.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은 지난 17일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한 대표나 그 측근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공개적인 비판보다는 직접 만나서 설득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겠느냐"라고 따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 나온 라오스 측 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크게 반응하고 있지 않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생각할 부분이 많다 보니 굳이 대응해서 논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대표의 요구 직후 불쾌감을 드러내기는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선거가 끝나자 바로 싸움을 걸어 온다"고 반응했다. 

내주 있을 독대는 결국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대표가 밝힌 3대 요구안이 모두 관철될지, 혹은 일부 타협점을 찾고 '윤-한 관계'가 회복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문제는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의 시각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친한계 한 초선 의원은 아주경제에 "지금 당정에 제기된 리스크 대부분은 김 여사와 관련된 것들"이라며 "김 여사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우선 여사가 대외활동을 삼가야 하고, 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윤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검증되지도 않은 주장에 어울려 줄 이유가 있느냐"며 "오히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과를 한다면, 지금 야당은 그만두는 게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하고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로 시각 차이가 크기 때문에 독대가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불편한 당정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셈인데, 당내에선 엇박자가 장기화돼선 안 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계파 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호 원내대표 말대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집안 싸움이나 하고 있으면 과연 누가 이득을 보겠나"라며 "어느 한쪽이 굽혀야 할 텐데, 양쪽 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지지율을 보면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의 말을 경청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며 "양측이 서로를 존중한다면 만남이 빈손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