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보선 직후 "인적 쇄신" 재차 강조…李, 배추밭서 민심 청취

2024-10-17 17:04
'2대 2' 무승부…리더십 경쟁 본격화 전망
'명태균 악재' 극복…"김 여사 활동 중단"
"농작물 가격 급등…수입허가권 당론 추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16 재·보궐선거에서 '2대 2' 무승부 결과를 낸 여야가 곧바로 민심 잡기 행보에 돌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김건희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필요성을 처음 언급하며 당정 쇄신을 다짐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배추값 관련 현장 시찰을 통해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정책에 속도를 냈다. 

양당이 '한-이 체제'를 출범시킨 뒤 치른 첫 선거에서 나름의 지지세를 확인한 가운데 중도층을 겨냥한 대표 간 리더십 경쟁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4곳에서 열린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 민주당은 전남 영광·곡성군수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며 각자의 텃밭 사수에 성공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의 성격상 국민적 관심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총선 이후 반년 만의 중간 평가의 성격도 띠면서 양당 대표가 연일 현장 유세를 펼치는 등 갈수록 총력전 양상을 나타냈다. 거대 양당이 동률을 이룬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책임론을 벗어나면서 당내 입지 구축에 청신호를 켰다는 평가다.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시작된 여권발 악재를 딛고 격전지인 금정구에서 대승을 거둔 한 대표는 서둘러 당정 개혁에 불을 당겼다. 한 대표가 제시한 키워드는 '쇄신과 변화'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인적 쇄신은 꼭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 필요한 때 과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대표로서 여권 전체로 옮겨붙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해 대통령실도 상당한 민심 이반을 겪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혁신당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전남 2곳에서 승리한 이 대표는 이날 강원 평창군에서 현지 농민들을 만나 바닥 민심을 훑었다. 최근 배추값 폭등 사태 점검차 지역을 방문한 그는 체크무늬 셔츠와 밀짚모자, 목장갑과 장화 등을 착용한 뒤 직접 배추를 수확했다. 

이재명 대표는 농민들과 간담회에서 "농작물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가 고생하고, 생산·유통 단계 분들도 엄청난 이득을 취한 것은 아니고 모두가 괴로운 상황"이라며 "기상이변은 일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작물) 수입허가권을 해당 작물의 생산자조합에 주면 수입도 마구 안 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당론으로 만들어서 해야 할 것 같다"고 적극적인 추진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