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변수-⑤이슈파이팅] ‘성완종 리스트’에 판 커진 이슈파이팅…공무원연금 개혁도 변수
2015-04-13 00:05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그래서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핵심은 ‘이슈 파이팅’이다.” 새누리당 관계자가 12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이슈 파이팅’(issue fighting), 말 그대로 논쟁거리로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약한 고리를 치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이슈 파이팅은 ‘공세로의 전환이냐, ‘수세로의 퇴로냐를 결정짓는다. 이슈 파이팅이 선거 판세의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특히 4·29 재·보궐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슈 파이팅의 판이 한층 커지게 됐다. 애초 여야의 이슈 파이팅 요소였던 ‘경제 실정 프레임’이 굳건한 데다 ‘성완종 리스트’로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이라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이 선거판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판 커진 이슈 파이팅, 너는 누구냐
눈여겨볼 대목은 ‘이슈’의 특징이다. 이슈는 슬로건이나 단순 구호와는 달리 △국민적 주목도 △명확한 찬반 존재 등의 특징을 가진다. 정책이나 정치적 이슈 등이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하거나 명확한 찬반으로 갈리지 않는다면, 이슈 전략의 ‘효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로부터 5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내걸었던 박 대통령이 2013년 체제 논쟁의 핵심인 ‘보편적 복지’를 주도하자 ‘국민적 주목도+명확한 찬반’을 일거에 얻으면서 이슈 파이팅의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전통적인 집토끼(지지층)는 물론 중도층 공략에 성공한 원인도 이런 까닭에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상황은 달랐다. 박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한반도 대운하’를 고리로 연일 이슈 파이팅에 나섰다.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청계천과 대중교통 환승체계’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 전 대통령이 대선 내내 ‘대규모 토목사업’을 외치자 건설 경기부양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됐다. 이슈 파이팅의 요소인 ‘국민적 주목도’와 ‘명확한 찬반’ 등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새국면 맞은 4월 재보선 이슈 파이팅
반면 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에 맞서 내놓은 ‘열차페리’는 제한적 관심사에 그쳤다. 슬로건이 이슈 파이팅 의제가 아닌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 ‘국민대통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내세운 ‘우리나라 대통령’ 등은 국민적 주목도는커녕 명확한 찬반으로 갈리지 않는다. 문구 자체가 이념과 세대, 계층 등을 넘는 모두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 대표의 ‘우리나라 대통령’과 관련해 “당시 여야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불러온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과 비교를 많이 당했다”며 “내부적으로도 대표적인 선거전략의 실패 사례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꼽은 인사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관전 포인트는 4·29 재·보선 판세를 뒤흔들 ‘정치적·정책적’ 이슈 찾기다. 애초 4월 재·보선의 변수는 ‘경제’였다. 새누리당은 ‘지역일꾼론’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 개발, 새정치연합은 ‘보편적 복지’와 ‘소득성장주도론’을 골자로 하는 두툼한 지갑론으로 중도층 잡기에 각각 나섰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종북 프레임을,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1주기 심판론을 곁들였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발발했다. 이완구발(發) 사정정국의 첫 표적인 성 전 회장의 죽음. 특히 그가 남긴 메모에 청와대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 등 현 정권 실세 8명의 실명과 돈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가 적시됐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가 차떼기 등 2012년 대선자금으로 확전한다면, 심판론은 물론 새정치 프레임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4월 재·보선 이슈 파이팅의 핵심은 ‘대선자금 수사’ 여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국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구조개혁 논쟁이 더해진다면, 보름여 남은 재·보선의 이슈 파이팅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