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인의뢰’ 김상경 “가해자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2015-03-13 10:25

영화 살인의뢰에서 태수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본의 아니게 형사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배우 김상경(45)은 총 11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생활의 발견’(감독 홍상수)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 ‘내 남자의 로맨스’(감독 박제현) ‘극장전’(감독 홍상수) ‘조용한 세상’(감독 조의석) ‘화려한 휴가’(김지훈) ‘하하하’(감독 홍상수) ‘타워’(감독 김지훈) ‘몽타주’(감독 정근섭)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감독 김덕수) 등에서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인지 10년 만에 ‘몽타주’에서 형사 역을 맡자 ‘형사 전문 배우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억울했던 김상경에게 다시 형사 역할 제의가 들어왔다. ‘살인의뢰’(감독 손용호·제작 미인픽쳐스)에서 베테랑 형사 태수 역을 맡았다.

태수는 어느날 잡고 본 뺑소니범 조강천(박성웅)이 서울 동남부 연쇄살인범의 범인이자 자신의 여동생 수경(윤승아)을 희생자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한다. 수경의 남편이자 매제인 승현(김성균)은 슬픔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사라져버린다.
 

영화 살인의뢰에서 태수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김상경은 지난 4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형사 역과는 다른 게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살인의 추억’은 형사의 입장이었죠. 어쩌면 형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범인과 게임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몽타주’ 역시 사건을 해결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그게 영화를 선택하는데 중요했죠. ‘몽타주’ 제작사인 미인픽쳐스에서 형사 역을 준다고 하기에 미쳤냐고 했어요. 형사 역할을 또? 10년 동안 2번 했는데도 형사전문배우라고 하는데? 근데 시나리오에 차별성이 있더라고요. ‘살인의 추억’과 ‘몽타주’ 때 실제 형사들을 찾아가 취재한 적이 있어요. 실제로 홧병이 나서 죽은 형사도 있고 한 사건을 10년째 쫓아다니는 형사도 있더라고요. ‘그럴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특히 이번에는 피해자의 가족 역할이니까 선택을 했어요. 어떤 팬이 SNS에 쓴 것처럼 ‘김상경 형사 연기 3부작’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얘기가 맺음이 되는 느낌이었죠. 이제는 제가 달라고 해도 형사 역은 주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혹시 모르죠. ‘투캅스’같은 코믹물이라면. 이제는 범인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영화 살인의뢰에서 태수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김상경은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살인의뢰’는 김상경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긴 작품이다.

“집에서 머릿속으로 현장을 그리며 대사 연습을 할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조강천(박성웅)을 돌로 내려 치려고 할 때, 컷을 했는데도 눈물이 안 멈추더라고요. 머리 한 쪽은 다른 신을 찍어야하니 감정을 추슬러야한다고 하는데 계속 울기만 했어요. 강천이 했던 대사 때문이죠. ‘지 오빠가 형사라고, 각오하라고 하던데?’라는 대사인데 정말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그래서 돌이 흔들리는 장면이 찍혔죠. 상상도 못했던 감정이었어요. 진짜 죽이겠구나 생각했죠. 가족이 있어서 더 그런 것일 수 있죠. 내 가족이 생기고 내 핏줄이 생기면 감정적으로 다른 게 생기니까.”

작품 속에서 태수는 동생 수경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살인마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다.

김상경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 궁금해하게 돼 있더라. ‘살인의 추억’ 때 조사를 해보니 피해자 가족의 반응에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분노로 시작해 복수심,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이어지는데 대부분의 피해자 가족이 동일했다. 마지막에는 시신이라도 돌아오라는 감정이 생긴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영화 살인의뢰에서 태수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극중 사건이 발생하고 3년이나 지났지만 사형수인 조강천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동을 하며 지낸다. 김상경은 사형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저요? 태수 입장에서는 동생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사형제도에 대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잖아요? 태수 입장에 많이 빠져 있기 때문에 심정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박)성웅이의 대사 하나하나에 몸이 많이 떨렸죠.”

지난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게 사형이 집행된 이후 대한민국은 10년 이상 기결수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2007년 12월 국제엠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실질적 폐지국은 140개국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