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인의뢰’ 김상경 “가해자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2015-03-13 10:25
‘살인의 추억’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인지 10년 만에 ‘몽타주’에서 형사 역을 맡자 ‘형사 전문 배우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억울했던 김상경에게 다시 형사 역할 제의가 들어왔다. ‘살인의뢰’(감독 손용호·제작 미인픽쳐스)에서 베테랑 형사 태수 역을 맡았다.
태수는 어느날 잡고 본 뺑소니범 조강천(박성웅)이 서울 동남부 연쇄살인범의 범인이자 자신의 여동생 수경(윤승아)을 희생자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한다. 수경의 남편이자 매제인 승현(김성균)은 슬픔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사라져버린다.
“집에서 머릿속으로 현장을 그리며 대사 연습을 할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조강천(박성웅)을 돌로 내려 치려고 할 때, 컷을 했는데도 눈물이 안 멈추더라고요. 머리 한 쪽은 다른 신을 찍어야하니 감정을 추슬러야한다고 하는데 계속 울기만 했어요. 강천이 했던 대사 때문이죠. ‘지 오빠가 형사라고, 각오하라고 하던데?’라는 대사인데 정말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그래서 돌이 흔들리는 장면이 찍혔죠. 상상도 못했던 감정이었어요. 진짜 죽이겠구나 생각했죠. 가족이 있어서 더 그런 것일 수 있죠. 내 가족이 생기고 내 핏줄이 생기면 감정적으로 다른 게 생기니까.”
작품 속에서 태수는 동생 수경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살인마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다.
김상경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 궁금해하게 돼 있더라. ‘살인의 추억’ 때 조사를 해보니 피해자 가족의 반응에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분노로 시작해 복수심,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이어지는데 대부분의 피해자 가족이 동일했다. 마지막에는 시신이라도 돌아오라는 감정이 생긴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저요? 태수 입장에서는 동생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사형제도에 대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잖아요? 태수 입장에 많이 빠져 있기 때문에 심정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박)성웅이의 대사 하나하나에 몸이 많이 떨렸죠.”
지난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게 사형이 집행된 이후 대한민국은 10년 이상 기결수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2007년 12월 국제엠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실질적 폐지국은 140개국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