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 연기, 꽉 막힌 남북관계…박근혜 정부 외교력 시험대

2014-10-24 12:00

박근혜 대통령[사진='공공누리' ]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한국과 미국이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 연기하면서 ‘주권 포기’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동북아 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해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맞서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로 맞선 가운데 미국이 이를 지지하면서 동북아는 ‘미·일 VS 중’의 구도로 재편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관계 개선이냐,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냐’의 사이에 놓인 셈이다.

한국이 오랜 동맹 국가인 미국과 최근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로 격상한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전작권 전환 연기 선택한 朴 정부, 한반도 안정 외면…연말 정국 중대 변수될 듯

논란이 되는 지점은 한·미 양국이 이날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15개 조항의 현실 가능성이다.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14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양국은 전작권 전환을 오는 2020년 이후로 연기하면서 전환 이행의 조건으로 △한반도와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조성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전면전 초기 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필수 대응능력 확보 등에 합의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전작권을 미국 등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와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등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2012년 4월로 확정한 전작권 전환은 보수정권에서 한차례씩 연기됐다. 천안함 피격 사태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2015년 12월로 연기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의 무기 연기를 택했다. 두 보수정권이 ‘자주 국방’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된 셈이다. 

국방부는 논란이 일자 이날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 체인’ 구축 완료 시기인 오는 2023년 전작권 전환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미국이 배치를 검토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의 재배치 문제는 물론 남북의 ‘강 대 강’ 대결을 불러올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의 무기한 연기를 선택한 것은 보수층의 ‘안보 불안감’에 대한 근본적인 요구가 한몫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장기간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당장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의 이유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들면서 북한의 대남 공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범야권이 “박근혜 정부가 주권을 포기했다”고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펴고 나서 ‘남남’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북정책의 ‘콘도미니오(Condominio·공동지배영역) 형성’을 꼽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주최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남북 문제는 당파적 이익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 민족문제이기 때문에 초당적 협의와 결정이 이뤄지는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남북문제에 관한 한 정부와 여당이 정책결정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여당과 야당이 공동으로 결정하는 공동지배영역을 만드는 것이 여야 간 화해와 협력을 이루는 좋은 방안”이라며 남북국회회담의 당위성을 주장했다.